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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돋움] 국회의원이 시로 쓴 을들의 이야기

by 조정림 2024. 5. 8.

저서: 을들의 노래/ 저자: 정혜경 (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어린 시절, 강원도에서 풀을 대하는 자세는 먹을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 출판사를 하면서 책을 대하는 자세는 이 책이 이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책인가 아닌가,가 첫 번째이고 서점에서팔릴 것인가 아닌가, 가 두번째의 문제이다.

 

우리 출판사 책을 소개하는 것이 속보이기는 하나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대중들이 의미있게 읽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기획했고 만들었으니, 결과적으로 출판사 입장에서 성공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책은 읽으면 좋은것이고, 사서 읽게 만들어 냈다는 여전히 어려운 일에 속한다. 

 

을들의 노래 정혜경! 지금은 국회의원 당선자이다.

처음 자서전을 쓰자고 출판사를 찾아왔을 때 노동 운동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이야기들이 대중의 가슴을 파고 들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했고 요즘 사람들이 그 긴 글을 읽어 낼까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여러 차례 당신의 이야기들을 짧은 시로 써보자. 어렵게 쓴 시 말고 살아온 그대로를 시로 써달라고 했다. 시집의 형태로 비정규직 이야기만이 아닌 세상의 반이 을인 을들의 이야기를 써달라했다. 그렇게 나온 시집이 을들의 노래이다.

 

이 시집의 서시는 

 

2002_2006

 

일은 같았고 월급은 절반

 

일은 같았고 한 달에 한 번 재계약

 

일은 같았고 5년간 60번의 재계약

 

일은 같았고 끝내는 해고

 

일은 같았는데

 

일은 지금도 같은데

 

 

이 시로 시작한다.  같은 일을 하고 다른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차별이다. "우주에 차별이란 별은 없습니다. 차별은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 별입니다 " 시집에 나오는 이 말로 출판사는 이 책을 소개한다.

 

 

을들의 저항

 

       정혜경

 

학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마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금속 사업장에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건설현장에서 일당바리 노동자로

택배현장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로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병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로

 

똑같은 말을 듣는다

평생 성실하게 내 자리에서 내 일만 잘하면

처우는 알아서 잘해 줄 줄 알았다

 

돌아오는 건 해고와 최저임금

 

이대로 살 수 없어

을들이 일어선다

 

이대로 살 수 없어

잘릴 것도 감수하고 불구덩이로 뛰어든다

 

이대로 살 수 없어

 

노동조합을 만든다

 

이대로 살 수 없어

주먹 불끈 쥐고 아스팔트 위에 선다

 

갈라진 아스팔트를 뚫고 맨드라미가 피었다

 

이 시를 받아 들고 많이 울었다

한번도 을로 살지 않은 것 같지만

돌아보면 매 순간 을이었다.

 

이제 불구덩이에 뛰어들 일은 없겠지만

그들의 맨드라미를 피워 올리는 일에

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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