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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YMCA/만나러갑니다

10년 근속, 아이들에게 배운다는 걸 깨달았죠

by 이윤기 2023. 4. 25.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요. 류지영 팀장이 마산Y 실무자로 일하는 지난 10년 동안 강산은 얼마나 변하였을까요? 그리고 또 강산이 변하는 동안 류지영 팀장은 얼마나 변하였을까요?

지난 4월 6일 류지영 팀장의 근속 10년 축하 행사가 Y회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인안 이사장, 김태석 이사, 그리고 그날 강의를 맡았던 이지순 시민사업위원과 실무자들이 다함께 근속 10년을 축하하였는데요. 저는 그날 하필 출장(한국YMCA전국사무총장협의회)이 생겨 축하 행사에 함께하지 못하였습니다. 미안한 마음을 안고 20일(목) 오후 6시부터 약 4시간 동안 류지영 간사 근속 10주년 기념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이윤기: 류지영 팀장님은 YMCA 처음올 때 10년이나 근무하게 될 줄 알았나요?

류지영: 아니요(아주 단호하게). 적당히 하다가 나갈 줄 알았지요. 아무 계획 없이 왔어요. 유치원에 일하게 된 것은 공부하기 싫었기 때문이에요. 처음 YMCA 유치원에 실습생으로 왔다가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구요. 사회교육부 파랑새 자원지도자로 1년 가까이 봉사했어요. 유치원 교사로 근무한 건 6개월 정도인데, 아기스포츠단 여름 교사 연수를 다녀와서 선생님 한 분이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담임을 맡았다가 허은미 국장님이 교통사고까지 겹쳐서 문화의집 청소년실무자로 갈 때까지 근무했습니다.

이윤기: 그럼 YMCA에 처음 온 건 언제지요?

류지영: YMCA 유치원에 종일반 교사로 처음 일하게 된 것은 2012년 9월 1일부터입니다. 유치원에서 6개월 정도 일하고, 새학기 시작하는 2013년 3월부터 문화의집 방과후아카데미 실무자로 옮겼습니다.

여기까지 듣고보면, 왜 근속 10주년이 2022년 9월 1일이 아니라 2023년 3월이 되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겁니다. 2013년 마산청소년문화의집 방과후 아카데미 실무자로 갈 때, 제가 6개월 미만 계약직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ㅠㅠ 호봉을 인정받는 것과 근속은 다르게 계산할 수 있었는데...참 미안하고 아쉽더군요. 근속 20주년이 될 때는 제가 같이 일할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후배들에게 2032년 9월 1일에 20주년 행사를 하도록 인수인계를 해두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류지영: 그래서 저는 작년 9월에 제10주년을 혼자서 따로 챙겼어요. 저한테 큰 선물을 해주는 바람에 지금 돈이 별로 없어요. ㅋㅋㅋ

시민단체 소속 활동가로 10년을 일 한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인데요. 지금 마산 Y에는 10년 이상 근속한 실무자가 저름 포함하여 8명이나 있지만, 1946년 창립 후 2001년까지는 단 1명도 10년을 근속한 실무자가 없었습니다. 일반 직장이나 공무원, 교사 같은 비교적 안정된 직업군의 경우 10년 근속 정도는 흔한 일이겠지만, 처우가 열악한 시민단체 소속 청소년 활동가의 10년 근속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이윤기: 10년 동안 일할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가 있다면?

류지영: 처음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이하 방카)에서 일했는데요. 대략 4년 가까이 하고 나서 고 딱 지치고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1층 청소년문화의집에 일하던 이주미 간사가 퇴직을 하면서 1층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제가 방카에서 일하면서도 늘 1층 일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마침 기회가 와서 청소년문화의집으로 옮길 수 있었고, 새롭게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2017년 1월부터 청소년문화의집으로 옮겨 일하게 된 것이 제 입장에서는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어요.

 



이윤기: 지난 10년, 청소년 실무자로서 가장 보람 있었던 때는?

류지영: 첫째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지난번 확대 간사 회의 때 말했던 것처럼 마산청소년문화의집에서 만났던 청소년 두 명이 지금 청소년지도자로 함께 일하게 된 일이예요. 봉림문화의집과 함안청소년문화의집에서 일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무슨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그냥 지나가다가 간사님이 생각나서 왔어요”하고 불쑥 찾아올 때 보람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청소년 회원들을 만나는 일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수도 있는데, 기억이 나서 찾아왔다는 건 기분 좋고 설레는 일이잖아요.

세 번째는 매년 연말이 되면 항상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연말이 되면 동아리 총회를 준비하고 축제를 준비하고 이러는데, 그때 보면 아이들이 성장해 있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보람 있는 것 같아요.

 

농촌체험활동...아이들은 행복했지만...저희 아빠가 제일 고생하셨죠. 


이윤기: 그동안 류지영 팀장이 만든 프로그램(활동)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류지영: 방과후 아카데미 실무자로 일할 때 진행했던 ‘촌아가’라고 하는 농촌체험활동이에요. ‘촌아가’는 ‘시골 아이가’ 정도로 번역(?) 할 수 있는데요. 진북면에 있는 저희 아버지 땅을 빌려서 아이들과 농사를 지었던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농사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도시에 사는 요즘 아이들은 농사는 말할 것도 없고, 무언가를 키워보는 경험을 못하니까 그런 걸 해보려고 기획했던 활동이에요. 아버지 땅을 빌려 고추, 토마토, 오이, 고구마 등 여러 가지 작물을 심었는데, 주말 체험으로 한 달에 한 번 밖에 못갔지만, 가서 밥도 해 먹고 수확도 하고 했던 것이 좋았어요.

아이들은 처음엔 버스 타고 1시간 넘게 시골 동네로 가야 하는 것을 힘들어 했지만, 막상 가서 땀 뻘뻘 흘리면서 수확하지만 그래도 집에 갈 때 자신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가지고 가는 것을 정말 좋아했어요. 아이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서 오전에 한 팀, 오후에 한 팀씩 들어왔다 갔는데, 저는 종일 있어야 하잖아요. 저도 고생했지만 사실은 저희 아버지가 가장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오지만 아버지는 매일 매일 밭을 돌봐주셨거든요. 1년 활동을 마무리 할 때는 아이들과 김장도 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활동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두 번째는 연맹에서 방과후 아카데미,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하는 ‘아시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요. 2014년 2월에 청소년 3명과 함께 캄보디아로 연수를 다녀왔어요. 방과후 아카데미는 상대적으로 활동이 자기 지역에 갇혀 있는데, 그때 가서 처음으로 다른 지역 간사님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으로 지역 청소년들을 데리고 외국을 다녀온 활동이라 특별히 기억에 남아요.

세 번째는 청소년들과 환경 프로그램을 했던 경험입니다. 제가 공부하기 싫어서 취업했는데, 환경 프로그램 시작하면서 제가 환경문제를 공부하고 있더라구요. 환경 프로그램을 하면서 청소년들과 환경 실천 활동을 하는 동아리도 만들었거든요. 동아리가 만들어지니까 다음 연도부터는 더 다양한 실천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었어요.

아~ 그리고 정말 어려워서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하나 더 있는데, 경남자살예방협회랑 진행했던 ‘자살예방’ 토론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사실 진행 방식이 어렵지는 않았는데, 주제를 다루기가 부담되어서 정말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꼽는다면 청소년모의투표 운동이 기억에 남습니다. 청소년들과 직접 투표 참여 캠페인을 하고, 선거 날 모의투표를 하고, 개표를 하고, 당선증을 전달하는 일련의 활동이 기억에 남고 의미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이윤기: 가장 기억에 남는 청소년 회원은?

류지영: 아까 말했던 함안청소년문화의집에 실무자로 일하고 있는 ‘강창희’ 회원입니다. 이 친구랑 굉장히 많이 부딪혔거든요. 그 친구가 활동에 대한 욕심이 많았고 자기가 하는 건 아주 완벽하게 해야 되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때 저도 1층에 막 내려왔을 때인데, 이 친구는 지역 대표였고, 저는 뭘 잘 모르는 초보 실무자였거든요. 둘이 서로 많이 부딪혔지만 그러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친구가 되었어요.

 

지난 10년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강창희, 최현욱, 남선희


이윤기: 가장 기억에 남는 어른 회원은?

류지영: 방과후 아카데미 시절에 만났던 조현호 어머니, 저의 첫 제자였던 현호 어머니는 저희가 하는 활동을 그냥 다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분이었어요. 그냥 길가다가 만나도 부담스럽지 않고 반가운 그런 학부모였습니다. 한 분 더 꼽는다면 동진이 아버지까지 두 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선배 중에는 구미Y 최현욱 부장님이 기억에 남는데요. 지금도 정신적으로 되게 많이 의지하는 선배인데요.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을 많이 가르쳐주시기도 하고, 제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볼 수 있게 시야를 넓혀주는 선배라고 생각해요. 또 저희가 청소년들과 활동하면서 길을 잘 못 찾을 때 방향을 제시해주는 그런 선배라고 생각해요. 같이 일하는 실무자 중에는 유치원 근무하던 시절에 만났던, 당시 오승민 팀장을 보면서 커리어우먼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마지막으로 닮고 싶은 분은 남선희 미디어사업위원이에요. 남선희 위원은 다른 사람에게 굉장히 편안한 느낌, 안정감을 주는 분이세요. 저는 방카 실무자로 처음 일 할 때, ‘아이들을 지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남선희 위원님께 ‘이 친구들을 통해 나는 참 많이 배웠어요’라고 말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어요. 아이들에게 내가 배울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닫게 해주신 분이에요. 그리고 남선희 위원님처럼 말을 잘하고 싶어요. 남선희 위원님을 이야기를 듣다보면 핵심을 잘 전달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러워요.

 


10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경험도 질문하였습니다만. 당초 인터뷰할 때 기사로는 싣지 않겠다고 약속하였기 때문에 회원들께는 공개하지 못합니다.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고 제가 문화의집 관장으로 일할 때 생긴 일이라고만 힌트를 드립니다.

이윤기: 자 그럼 10주년을 지나면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은?

류지영: 저는 시골 출신이라서 그런지, 시골에서 청소년들과 만나는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잘 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농촌에서 청소년들과 만나는 활동을 꿈꾸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청소년 회원들과 해외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질문을 하고 나서 한참 동안은 토론을 하고 제가 오히려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럼 사무총장님은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무어냐?”고 물어서 이런저런 제 생각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묻지 않는 질문에 류지영 팀장이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류지영: 저는 청소년들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은데, 아직도 청소년사업위원들이나 미디어사업위원들을 만나는 건 어려워요. 2017년부터 위원회를 맡고 있는데요. 공적이던, 사적이던 위원님들을 만나는 거 자체는 참 좋거든요. 다들 참 좋으신 분들이고, 그런데 실무자로써 위원회의 활동 방향을 잡아나가야 하는 것은 아직도 어려워요.

 

나에게 YMCA는 연결고리이다

이윤기: 음 ~ 아직 나이가 젊기 때문에 어려운 것도 있어요. 그렇지만 회원 운동은 경력이 많은 저도 항상 어려워요. 저뿐만 아니라 회원운동을 잘하고 싶은 실무자들은 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같아요. 회원 운동은 수학 공식처럼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항상 고민으로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류지영: 제가 10년을 일하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위탁시설이 자꾸 많아지고, 청소년 운동을 전담하는 실무자가 자꾸 줄어들어서 안타깝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며 여러 업무와 활동을 하면서 그중에 하나로 청소년 운동을 하는 실무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청소년 운동이 Y안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윤기: 자 그럼 앞으로 마산YMCA에 대한 기대는?

류지영: 저도 월급이 중요했으면 지금까지 일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저도 생활을 해야하니까 돈이 중요하기는 한데 돈이 가장 중요하지는 않아요. 만약 돈이 제일 우선 순위였다면 다른 곳으로 갔을거예요. 제가 하는 일이 만족스럽고, 제가 꿈꾸는 할 수 있는 곳이 YMCA이기 때문에 하고 있거든요. 좀 자유롭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해요. 

 

그런데 10년 동안 일하면서 진짜 많은 후배들이 바뀌고 그들 중 다수가 월급이 더 많은 곳으로 가기 위해 옮기는 것은 안타까웠어요. 새로 들어오는 후배들을 반복해서 가르치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이번에 들어오는 후배는 얼마나 같이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싫기도 해요. 그래서 지금보다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여러 면에서...

인터뷰 녹음 파일을 들어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류지영 팀장이 질문을 하고, 제가 답을 하고 있더군요. ㅠㅠ 제가 인터뷰 당한 내용은 생략하구요. 아무튼 청소년들과 함께 해외여행(연수)을 가고 싶다는 류지영 팀장의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윤기: 끝으로 누구에게나 물어보는 공통 질문, 나에게 YMCA란?

류지영: 나에게 YMCA는 연결고리이다.

마산YMCA에서 자원봉사와 실습을 통해 나의 첫 일터가 되어준 연결고리이고, 청소년들과 활동을 해오면서 나도 모르게 배운 것들이 많았던 배움의 연결고리인 것 같아요. 그리고 다양한 사람(청소년 회원, 성인회원, 여러 간사님, 위원님, 이사님 등등)들과 함께 만나서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연결고리인 것 같습니다.

류지영 팀장과의 인터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주고받은 대화모임이었습니다. 인터뷰를 하다보니 지난 10년간의 희노애락은 모두 사람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앞으로 10년을 약속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도, 마음속에는 YMCA 청소년 운동을 고민하는 진정성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류지영 팀장의 새로운 10년도 함께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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