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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YMCA/만나러갑니다

큰 수술 두 번...잘 회복중입니다.

by 이윤기 2023. 11. 7.
이 달의 회원 인터뷰는 8년차 아기스포츠단 교사로 일하다가 '신장 이식 수술' 때문에 YMCA를 그만 두신 황성환(진간) 선생님입니다.  작년 5월 14일 아침 황성환 선생님이 내일 수술을 받으러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른 교사들에게 퇴사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와 다르게 너무 반갑고 기뻤습니다. 

저도 YMCA 입회 면접을 볼 때는 황성환 선생님이 신장 수술을 받기 위해 기다린다는 사실은 몰랐습니다. 1년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매주 3회씩 퇴근 후에 투석을 받으러 가는 빡센 삶을 산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어느새 신장 이식 수술 후 1년 6개월이 지났는데요. 황성환 선생님의 근황을 궁금해 하시는 YMCA 회원들에게 소식 전합니다. 

 

 

 

이윤기: YMCA 회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황성환: 전, 아기스포단 교사 황성환입니다. 황진간으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텐데...더 멋진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이윤기: 수술 받은지 얼마나 되었지요?

 

황성환: 작년 5월 15일에 급하게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1년 6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5월 14일에 뇌사자 신장기증 연락을 받고 2순위 후보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1순위 대기자가 있었는데 자진해서 포기하였는지 혹은 검사결과가 좋지 않아 탈락했는지 저 한테 다음날 수술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오랫 동안 기다려왔던 수술이고 언제 또 다시 기회가 올지 알수 없는 수술이었기 때문에 아기스포츠단 선생님들과 7세반 학부모님들께 양해를 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윤기: 수술 후 경과는 어떤가요?

황성환: 작년 5월 15일에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3주 동안 회복하고 퇴원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일상 활동을 회복하는데는 3~4개월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기이기도 하였지만 신장 이식을 받으면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는 칩거 생활을 해야합니다.  신장 수술을 받고 나면 새로운 신장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게 되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부접촉을 최대한 차단합니다. 

식이요법도 철저하게 시키는데, 생것, 날 것을 아예 먹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육회나 생선회 같은 걸 먹을 수 없구요. 우유를 마셔도 멸균팩에 들어 있는 우유만 먹었고, 물도 생수를 구입해서 먹었습니다. 제가 초밥을 좋아하는데... 지금도 초밥을 먹지는 못하는건 좀 아쉽습니다.(하하)

수술 후 3~4개월이 지난 후에는 헬스장에도 나가고 여러가지로 몸관리를 하고 있지만, 그리고 목욕탕이나 사우나 같은 감염위험이 높은 시설은 지금도 갈 수 없습니다. 

 

이윤기: 신장이식 하고 또 한 번 수술을 받았잖아요?

 

황성환: 네 신장 수술 전에 검사 했을 때 작은 혹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신장이식 후에  면역력이 떨어지면 작은 혹이지만... 혹시 예후가 안 좋을 수 있다는 하더군요.  그래도 신장수술은 안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신장 수술 받고 6개월쯤 지나서 작년 연말에 갑상선암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윤기: 갑상선암 수술은 언제 받았나요?

 

황성환: 12월에 확인하고 1월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긴급 조직 검사를 받았는데...림프절까지 감염되어 있어서 갑상선과 림프절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두 번 받고 나니 면역억제제와 갑상선약을 평생 먹게 되었구요.(씩씩한 표정) 갑상선약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윤기: 내가 보기엔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데...

 

황성환: 네 저도 운동도 많이하고 일상의 컨디션은 좋다고 느끼는데요. 몸이 반은하는 것은 제가 느끼는 것 하고 달라서 병원에서 정기검사를 하면 수치가 낮게 나오기 때문에 약간 스트레스도 받고 또 조심하기도 합니다. 

 

이윤기: 수술 후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황성환: 수술 후에는 몸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초기에는 칩거 생활을 했구요. 4개월 정도 지나면서 헬스장에 나가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수술 후에 집에만 있을 때 약간의 우울증 같은 것이 생겼는데,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몸도 마음도 훨씬 활기가 생겼습니다. 몸이 회복되면서 YMCA 사람들과도 조금씩 만날 수 있었고, 아기스포츠단에 와서 아이들도 만났습니다. 

 

이윤기: 그럼 YMCA에서 몇 년 근무하고 퇴사했나요?

 

황성환: 2014년에 마산YMCA에 입회하여 유치원 교사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수술 때문에 퇴사할 때가 8년차였습니다. 8년 동안 늘 7살 담임으로 일했네요. 아기스포츠단에서 아이들과 밧줄놀이도 하고, 텃밭에 화덕을 만들어 고기도 구워먹고 추억이 많이 생겼습니다. 

 

황성환 선생님은 첫 인상만 보고 유아교사가 아니라 체육교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실제로 체육교사에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운동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자로서는 드물게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아교사로 자신만의 전문성을 살려왔습니다.

아기스포츠단 뿐만 아니라 YMCA 청소년자전거국토순례 실무자로 여러 해 동안 함께 동고동락하였는데요. 낮에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밤에 남몰래 인근 병원으로 가서 한 밤중까지 투석을 받고 돌아오는 힘든 여건이었지만, 신나고 행복하게 고생을 같이 했습니다. 

 

이윤기: 나에게 YMCA란?  

 

황성환: 나에게 YMCA는 "첫 시작" 입니다.  대학 졸업 후에 YMCA 유치원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YMCA에 와서 첫 경험을 굉장히 많이 하였습니다. 유아교육을 전공했지만 학교에서는 상상도하지 않았던 유아교육을 YMCA에서 경험했습니다. 숲속학교, 공장과자안먹기 이런 것들도 다 처음이었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자전거를 배우고, 캠프를 다니고 수영을 배우고 이런 경험들도 YMCA에서 처음하게 되었습니다. YMCA는 제 인생에 여러 가지 첫 시작을 하게 해준 곳입니다. 

 

이윤기: YMCA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은?

 

황성환: 좋은 점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곳인 것 같다. 아기스포츠단 교사로 일하면서 아이들과 해보고 싶은 온갖 프로그램을 다 할 수 있었다. 밧줄놀이를 배우고 아이들과 밧줄놀이를 프로그램으로 할 때는 사실 예산도 많이 들었는데...YMCA로부터 팍팍 지원 받은 것 같다. YMCA는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준 것 같습니다. 연수도 보내주고 자격증도 따라고 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윤기: 아쉬운 점은?

 

황성환: 근무할 때는 단점이 많았는데.... 그만두고 나니까 자꾸 잊혀지고 있습니다. YMCA에 근무할 때는 오르막도 있고 내리 막도 있었는데... 지금은 좋은 기억이 아주 많습니다. 음 ~~ ~~(한참 후에) 역시 처우가 제일 아쉬운데요. 제가 6~7년 차에 토요일 근무를 많이 했는데요. 나중에 연말에 연차 수당을 받고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 보다 연차수당이 너무 적어서...ㅎㅎ 

황진간 선생님은 몸이 회복되면서 마산YMCA 여러 활동에 강사와 자원봉사자로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윤기: 요즘 YMCA에서 하고 있는 일이 여러가지죠?

 

황성환: 네 일단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수업은 월, 화요일 오후에 아기스포츠단 축구수업을 하고 있습니다.(올해도 전국아기스포츠단 유아 축구대회 우승) 그리고 토요일 오후에 초등학생 수영 수업에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기스포츠단은 운동회, 캠프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원봉사자로 저를 부르기 때문에 빠질 수가 없습니다. ㅎㅎ

지난 여름에는 초등학생 차일드케어 담임으로 2주 정도 매일매일 출근했구요. 초등방과후 YES에서도 임시 담임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YMCA에 사람이 필요하면 저를 찾고 저도 거절하지 못하고.... 뭐 그런 것 같습니다.

 

이윤기: 퇴직 후에 다시 아기스포츠단 아이들 만나면 어때요?

 

황성환: 아이들 너무 이쁘고 귀엽습니다. 담임 일때는 엄격하게 아이들을 대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강사로 아이들을 만나기 때문에 제 스스로 엄청 관대해졌다는 걸 느낌니다. 제 마음이 여유로워졌다고 할까요? 지금 방과후 YES 아이들이 제가 수술 받기 전에 담임을 맡았던 일곱 살 아이들이었는데,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10월 초에 아기스포츠단 운동회에 자원봉사자로 갔을 때, 오랜 만에 만나서 그런지 아이들이 약간 시큰둥하다는 느낌을 받고 살짝 서운했는데, 생명평화축제에서 졸업생들과 아기스포츠단 아이들이 반겨줘서 행복했습니다. 

 

이윤기: 내가 보기엔 수술 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은데... 지금 컨디션은 어때요?

 

황성환: 제가 느끼는 주관적인 몸 상태는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가서 검사하면 검사 수치가 오르락 내리락 하기 때문에 쉽게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윤기: 결혼 소문이 있던데... 송지홍 선생님과는 언제부터 사귀었나요?(아는 분들은 다 아시죠? 저는 늦게 알았습니다)

 

황성환: 2년 반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신장수술 때문에 퇴사하기 약 1년쯤 전부터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ㅎㅎ 사람들이 자꾸 계기를 물어보는데... 같이 오래 근무하다보니....스며들 듯이 사귀게 되었습니다.(곧 결혼 발표가 있을 예정이랍니다.)

이윤기: 음 그냥하고 싶은 말? 내가 안 물어본 거?

 

황성환: 제가 신장 수술을 받고 집 밖으로 못나가고 칩거 생활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수술 전에 제 삶을 돌아보면 주 5일 일하면서 3일은 퇴근 후에 병원에 가서 투석을 받았거든요.  투석 받는게 굉장히 체력 소모가 심하고 시간도 많이 뺏기는 일이거든요. 낮에 일하고 밤에 병원을 다니다보면 다른 뭘 하기가 어려워요. 

제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몸이 아프고 나서 그동안 참 치열하게 살았고 열심히 살았더라구요. 스스로 내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는데... 막상 수술을 받고 또 새로운 삶을 살게되니 주변 사람들도 " 가끔 자기를 돌아보고 아끼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성환 선생님은 수술 후에 쉬는 동안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약간 우울하고 힘든 회복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자격증에 도전하였다고 합니다. 사람들 모두 "자기가 아끼고 좋아하는 걸 하면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황성환 선생님을 걱정해 주신분들에게 건강하게 지낸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내년에는 황성환-송지홍 결혼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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