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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YMCA/만나러갑니다

키워보니, 엄마가 해줄 수 없는게 있더라구요

by 이윤기 2024. 2. 5.

 

이 달의  <만나러 갑니다>는 17년 차 실무자 아기스포츠단 씨앗반 부담임 김연주 선생님입니다. 

2006년 3월 마산YMCA 아기스포츠단 교사로 입회한 김연주 선생님은 출산과 육아시기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마산YMCA 실무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기스포츠단 종일반 교사와 부담임으로 일하는 업무의 특성 때문에 전체 회원들과 만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아마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그렇지만 지난 16년을 모양 빛나지 않는 자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맡은바 책임과 역할을 다해 온 한결같은 동료입니다. 

 

 

이윤기: YMCA 입회는 언제하셨지요?

 

김연주: 안그래도 인터뷰 한다고 해서 세어봤어요. 2006년에 YMCA 아기스포츠단 교사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담임 교사로 4년 정도 일했고, 첫 아이 낳고 6개월 정도, 둘째 낳고 1년 정도 쉬었던 기간을 빼면 줄 곳 마산YMCA 아기스포츠단 그리고 YMCA 유치원 교사로 일했습니다. 출산 이후에는 육아 문제도 있고 건강 문제도 있어 담임을 맡지는 못하였고, 종일반 교사로 그리고 부담임으로 꾸준히 일해오고 있습니다. 

 

이윤기: 회원들에게 자기소개 좀 해주시요

 

김연주: 아기스포츠단 씨앗반 부담임 '귀염둥이' 김연주입니다. 아기스포츠단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별칭을 부르는데, 제 별칭은 귀염둥이입니다. 마흔 중반이 되었지만 아이들이 "귀염둥이 안녕"하고 반갑게 인사해줄 때 가장 행복합니다. 남편은 용접 관련한 일을 하고 있고 초등 6학년 남자 아이, 초등 4학년 여자 아이와 함께 진동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결혼 후 아이들이 어릴 때, 남편이 출퇴근하기 좋은 진동으로 이사갔는데, 살아보니 다시 도심으로 나오는 것이 쉽지 않아서 계속 살고 있습니다. 요즘은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들 때문에 시내로 이사를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윤기: YMCA 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김연주: 저는 대학 졸업 이후에 지금까지 쭉 유아교육만 하고 있어요. 대학 졸업 후에 OO 유치원에서 4년 정도 근무하다가 한 곳에서만 있지 않고 다양한 유아교육을 경험하고 싶어서 옮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YMCA 아기스포츠단으로 옮길 계획이 아니었어요. 당시에 모 어린이집에 주임교사로 옮기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1월말쯤에 채용 약속이 깨져버렸어요. 그때 급하게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했는데, 함께 근무하던 선생님이 "새로운 교육을 경험해보고 싶으면 YMCA 아기스포츠단에 한 번 가보라"고 제안해주신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 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서 YMCA 아기스츠단에 오게 되었는데, 평생 인연을 이어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윤기: 출산, 육아 후에 다시 YMCA로 돌아 온 이유는?


김연주: 잘 모르겠어요. 기본적으로는 제 성향인 것 같아요. 변화를 싫어하는....다시 생각해보면, 우선 출산 전에 4년 동안 일하면서 되게 재미있고 보람 있었어요. 일단 아이들이 밝고 활발하고, 선생님들도 참 마음이 잘 맞았어요. 이런게 아기스포츠단을 좋아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일꺼구요. 직접적인 계기는 출산 후에 제가 우울증이 좀 왔었는데, 마침 그때 사무총장님이 전화를 해서 "선생님 한 분 추천해달라"고 하셨어요. 그 때 "그럼 제가 해볼께요" 해서 다시 일하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둘째 낳고 1년쯤 쉬고 다시 또 되돌아 왔어요. 

 

이윤기: 정규직 담임 교사도 아니면서 이렇게 올해 동안 아기스포츠단에서 일하게 된 이유?

 

김연주: 요즘은 조금 힘들긴 한데 아무래도 '사람' 그리고 '의리' 때문인 것 같아요. YMCA가 늘 재정적으로 힘들고 다른 유아교육기관보다 처우가 낮지만, 선생님들 마음이 잘 맞아요. 그러다보니 좀 마음 불편하지 않게 일할 수 있는게 있었구요. 또 "다른데 가도 별거 없다"하는 생각도 했구요. 함께 일해온 사람들과 정이들고, 일하면서 쌓인 좋은 추억이 많아서 딴데 갈 생각을 못했어요. 늘 지켜보는 신랑도 "당신은 YMCA 못 떠날꺼다"고 하더라구요. YMCA 일하면서 중간에 사회복지사 자격증, 독서논술 강사 자격증도 땄는데, 개인적인 건강문제(약골)도 있고 해서 YMCA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담임 안 맞고 종일반 교사, 부담임으로 오래하고 있지요. 

 

 

 

김연주 선생님은 큰 병은 아니지만 완치가 힘든 건강상의 고충이 있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였습니다. 한의원도 가보고 식이요법도 해보았지만 꾸준히 지속하기가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짐작대로) 저는 단식을 권유하였습니다. 반쯤 설득이 된 것 같은데......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이윤기: 만약 지난 16년 동안 마산YMCA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했을까요?

 

김연주: 네 저도 가끔 그런 생각해보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유아교육이 저와 가장 잘 맞아요. 결혼 후에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했을 수도 있지만, 만약 일을 했다면 YMCA 아기스포츠단이 아니어도 분명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일했을 겁니다. 이런 이야기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신랑도 저도 월급이 어느 정도 선이 정해져있다보니...아이들이 커고 그러면서 다른 일을 좀 해볼까 하는 고민을 했고, 아까 말씀 드린 것 처럼 다른 자격증을 따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과 만나는 일을 해보려고 했지 장사를 한다거나 완전히 다른 방향응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결혼해서 진동으로 이사가면서 가정어린이집을 하려고 알아 봤던 일이 있는데, 여러가지로 준비할 것이 많아 그만뒀구요. 최근에는 요양보호사도 한 번 따볼까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 하고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마음을 접었습니다. 

이윤기: YMCA에서 만난 사람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김연주: 사무총장님?  

 

이윤기: 그럼 가장 친한 사람?

 

김연주: 당연히 허은미 선생님 입니다. 일단 오랫동안 같이 있하면서 서로 잘 맞았구요. 일단 은미 쌤이 저에 이런저런 사정을 많이 알고 있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됩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과 같이 만나기도 하고, 저는 한 번씩 빠지기도 하긴 하지만 예전에 같이 일했던 서혜진, 장숙희 선생님 하고는 가끔 만나고 그래요. 저도 은미샘도 한 평생 YMCA에서 일하면서 이제 모두 마흔이 넘었어요. 20대에 만나 40대까지 마음을 나누는 친한 사이가 되었어요. 

이윤기: 16년 동안이나 일한 마산YMCA에 바라는 점?

 

김연주: 크게 바라는 점은 없는데요. 최근에 바라는 점이 생겼어요. 아기스포츠단 원아모집이 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양덕동에 처음 갔을 때 아기스포츠단 단원 숫자가 160~170명 사이였어요. 그동안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잘 유지시키고 발전해 왔는데... (대안학교에 대한 정부 지원이 안 되서)최근에 단원이 줄어서 걱정입니다. 그리고 YMCA가 재정적으로 조금 더 안정되고 실무자들 처우가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이윤기: 새로운 도전, 안 했던 일을 해보고 싶은 그런 마음은 없나요?

 

김연주: 엄마, 아빠에게 건강한 체질을 물려받지 못해서 제가 좀 약골이예요.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어요. 저 검도 배워요 총장님, 우리 아들, 딸보고 배우라고 했더니 자기들은 싫다고 해서 "내가 한 번 배워보자" 그렇게 시작했어요. 해동검도 도장을 5개월째 다니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제가 해동검도 유단자라는 사실, 그리고 제가 도검소지허가증을 가지고 있으며, 한 칼에 대나무를 잘랐던 때가 있었다고 자랑을 살짝했습니다. 

 

이윤기: YMCA 활동에 참여시키고 싶은 지인이 있다면?

 

김연주: 저희 신랑요. 저희 신랑이 젊을 때는 친구들 만나는 것도 되게 많이 좋아하고 활발하고 그랬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좀 바뀌었어요. 우선 라디오를 많이 듣고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아지고 그러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어요. 원래 그랬던 사람이 아닌데  요즘보면 YMCA 활동을 하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마산YMCA에서 하는 활동을 이야기해주면 신랑이 관심을 많이 가지구요. 좀 젊었을 때 YMCA 를 알았다면 실무자로 일했어도 좋아겠다 이런 생각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이윤기: 나에게 YMCA란?

 

김연주: 나에게 YMCA란, "청춘을 바친 곳", 제 청춘을 바친 곳이죠. 어떻게 보면 거의 그러니까 20대에 와서 지금 40대가 되었으니까 내 청춘을 바친 곳입니다. 제가 변화를 싫어 하는 가 봅니다. 지금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이나 YMCA 직원들과 오랫 동안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YMCA 형편이 좀 나아지면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오래 같이 일을 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늘 있습니다. 


이윤기: 끝으로 아이들 이야기 좀 해주세요.

 

김연주: 초등 6학년인 창민이는 바둑을 좋아해요. 7살 때 혼자 바둑 채널을 보고 있길래 문화센터에서 바둑 수업을 신청해줬는데, 지금까지 꾸준히 바둑을 배우고 있어요. 엄청 열심히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대회에 나가고 그러면 좋은 성적을 그두더라구요. 시내로 이사를 나와 바둑 공부를 더 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아들은 아주 적극적이지는 않습니다.  초등 4학년인 둘째 소영이 재빵사가 되는 게 꿈인데요. 혼자서 쿠키 클래스 같은 걸 따라하고, 공부 빼고 뭐든 잘하는 아이입니다. 저는 아이 둘이 서로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함께 했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은 서로 관심이 다러더라구요. 결국 아이들은 자기 좋아하는 걸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사실 요즘 후회 되는게 한 가지 있어요. 바로 저희 아이들을 아기스포츠단에 보내지 않을 걸 후회하고 있어요. 제가 일을 하려다보니 집 가까운 곳에 어린이집을 보냈거든요. 제가 아침에 더 서두르고 퇴근하게 좀 더 빡세게 챙겼으면 보낼 수 있었는데, 그때는 YMCA하고 얼마나 차이가 날까 싶은 마음도 있고 해서... 그리고 아이둘을 아기스포츠단 보내려면 5년 동안 독박육아를 해야된다 싶어  집 가까운 어린이집에 보냈어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을 보면 확실히 아기스포츠단 다닌 또래들하고 비교해보면 좀 다른게 보여요. 와전한 후회는 아니지만,  그때 힘들어도 아기스포츠단을 보냈으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남아요. 

 

제가 아기스포츠단 교사로 근무하면서 인라인도 배워주고, 자전거도 배워주고 YMCA에서 하는 건 다 가르쳐줬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스키 캠프 가서보니까 엄마한테 배운 것 하고, 또래 속에서 친구들하고 같이 배운 것 하고 다르다는게 보였어요. 엄마가 다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거지요. 저희 아이들은 좀 힘들면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확실히 아기스포츠단 다닌 아이들은 그 부분에서 끈기, 도전하는 마음 이런게 다른 것 같아요. 

 

인터뷰 말미에 다시 단식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 나누는 동안 좀 설득이 되었을까요? 장소도 묻고, 비용도 물어보더군요. 봄 방학 때 꼭 단식원을 다녀오라고 다시 한 번 권유했습니다. 동병상련의 친구도 있다고 하니 함께 단식하고 몸을 회복해서 맛있는 것 마음 편하게 먹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선택을 해보라고 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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