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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스포츠단

너무나 소중한 군고구마 하나

by 골목대장허은미 2022. 2. 4.

이불 속에 숨고만 싶은 겨울

 

겨울에는 밖에 나갈려고 생각하면 '으~추워~따뜻한 이불 속이 최고야'라며 나가기 싫어집니다. 이불 덮고,  따뜻하게 등 지지고 누워 인기 드라마 정주행하며 먹는 간식이란 얼마나 맛있을까요? 사실 이것도 하루 이틀입니다. 이런날이 지속된다면 체력도 바닥, 마음도 바닥, 그냥 허무하게 지나가버리는 시간이 되버리곤 합니다. 물론 쉼도 잘해야하지만 쉼이 너무 길면 쉼이 아니겠지요. 

 

사실 이런 일들은 어른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깁니다. 아이들이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 TV만 혹은 스마트폰만 시청한다면, 아이들은 병이 납니다. 행복한 추억은 없어집니다. 정서는 불안정해 집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로 자라납니다. 겨울이라도 아이들은 움직이며 살아 있음을 누려야 합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밖에 나가 햇볕을 쬐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손을 호호 불어 가면서도 더 놀고 싶은 마음이 드는, 무엇이든 하고 싶고, 놀고 싶은 아이들로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어른이 되어도 자기 삶을 스스로 살아가는 어른이 됩니다. 

 

아기스포츠단에는 겨울이면 소소한 추억거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바로 '군고구마데이'입니다. 아이들과 재미나게 해보려고 곤고구마 드럼통까지 구입을 했다지요. 요즘은 길거리에 군고구마 장수 보기 드물지요? 아무튼 그 군고구마 통이 YMCA에는 있습니다.

 

군고구마의 추억 만들기

 

군고구마데이는 말그대로 군고구마를 먹는 날입니다. 하지만 그냥 집에서 에어프라이게에 돌려 먹는 군고구마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집에서는 부모님께서 예쁘게 껍질 벗겨 호호 불어 편하게 먹겠지만, 아기스포츠단에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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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 데이를 맞이한 아이들

 

군고구마 데이에는 놀이터에 놀러 나갑니다. 놀이터 옆에는 군고구마 드럼통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군고구마 통에 고구마를 구워야 합니다. 고구마를 넣고, 고구마가 익어 가는지를 살핍니다. 그 모습을 아이들은 놀다가도 와도 지켜보고, 또  놀다가 와서 지켜보며 고구마가 익을 때까지 애가 타게 기다립니다. "선생님 고구마 언제 익어요?", "언제 먹을 수 있어요?" 친구들과 함께 기다리는 그 군고구마는 정말 아이들의 애를 태웁니다. 

 

그렇게 군고구마가 다 익는 순간, 선생님의 "자~애들아~먹자~" 소리에 아이들은 우루루 몰려오지요. 친구들이 하나씩 받는 그 군고구마가 나에게 언제 오나 또 애가 탑니다. 그렇게 군고구마가 아이의 손에 쥐어졌는데 바로 먹을 수도 없습니다. 까맣게 탄 껍질을 스스로 벗겨야 합니다. 뜨거워 호호 불어가며 군고구마 껍질을 까는데, 따뜻한 온기에 콧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콧물 슥슥 닦아 가며 껍질을 벗기고, 노란 속살이 나오고, 그것을 한입 베어물 때! 그 감동!!! 어찌 부모님이 집에서 주시는 그 군고구마와 같을 수가 있을까요?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군고구마였어", "엄마, 그 군고구마 또 먹고 싶어"라고 이야기를 했다더군요. 고구마 어디서 구입했냐 여쭤보시는 부모님들도 계셨답니다. 고구마를 그냥 어느곳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고구마였습니다. 하지만 아기스포츠단의 고구마는 추억을 입혔기 때문에 다른 것이었겠지요.

 

이렇게 아기스포츠단의 겨울은 또 이렇게 추억이 쌓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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