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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1.03 기진맥진 1주년, 한라산에 도전하다

기진맥진 제 9차 산행일지

일     시 2021년 12월 3일(금) ~ 6일(화)
장      소  제주, 한라산 등
주요 구간 한라산 등반, 제주올래 14코스 등  
참  석  자 조정순, 김태석, 이종호, 박수연, 허정도, 정규식, 신삼호, 이경수, 김정하, 이장희 (총 10명) 
이  벤  트 기진맥진 1주년 기념산행


마산YMCA 산악회 ‘기진맥진’이 어느 덧 창립 1주년을 맞았습니다. 1960년대에도 Y 회원들이 등산을 했다는 기록이 있고, 15년 전엔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중단된 터라, 산악회를 재건한자는 제안을 모두 주저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침내 산악회를 재창단했고, 코로나 19가 심각했던 세 차례를 제외하고는 1년 내내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뛰어난 산악인 보다는, 다소 뒤처지고 못 따라오는 분들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기진맥진’이라는 산악회 이름도 지었습니다. 

 

우리 기진맥진이 드디어 지난 봄 통영 특별 산행에 이어, 두 번째 외유에 나섰습니다. 조정순 회장님의 강력한 추진력이 빛을 발한 기획입니다. 마침 코로나 19도 주춤해져 단계적 일상회복이 진행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주 산행의 제목은 ‘제주 혼자옵서’. ‘제주에 어서오세요’란 뜻이죠. 목표는 한라산 겨울 등반. 막상 추진하려고 하니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이인안 회원님의 제주 숙소를 이용하고, 검색의 달인 옥명훈, 이장희 회원님이 렌트카, 식당 등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5-6명 정도로 예상했지만, 허정도, 정규식 어르신도 참석하신 다는 뜻을 밝히면서 제주 산행은 급물살을 탔습니다. 결국 10명, 최적의 인원으로 제주를 밟았습니다. 

 

이종호, 신삼호 회원님은 이미 제주에서 이시돌 목장이나 금오름 등을 다녀 계셨고 나머지 회원은 약간씩의 시간차는 있지만 12인승 스타렉스를 렌트해서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제주의 첫 메뉴는 해물갈비찜. 매콤한 양념이 된 갈비찜 위에 통문어 등 각종 해물을 얹은 제주의 특산 요리에 곁들인 한라산 소주,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습니다. 첫 날이고 다음날 한라산 산행을 앞두고 있어 2차는 숙소에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사진, 모두 행복해 보이죠?  

 


둘째 날은 대망의 한라산 등정일. 겨울 한라산 등반이란 엄청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팁 한가지. 코로나 19 때문에 한라산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 탐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있다가 이인안 회원님께서 알려주셨 길래 망정이지, 아니면 등반 자체를 못 할 뻔 한 거죠. 어쨌든 새벽 5시에 기상, 맛있는 해장국을 먹고 김밥을 포장해 등반 시점인 성판악 탐방안내소(750m)로 향했습니다. 

 

새벽 6시인데도 북적이고 있었는데, 중턱을 넘어가면 빙판이라는 관계자의 말에 긴장부터 되더라고요. 왕복 9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하지 않으면 정상을 오르지 못하죠. 평소 산행으로 단련된 회원님들의 발걸음은 상당히 빨랐습니다. 재잘거리며 가볍게 시작했지만, 올라갈수록 바닥은 빙판으로 변하고, 스틱과 아이젠이 없으면 걷기 힘들어 졌습니다. 물론, 대화는 점점 없어졌죠. 기진맥진의 방침은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해발 1250m 정도 되는 곳에서 1진과 기진맥진으로 나누기로 했습니다. 허정도, 이종호 회원님과 저는 사라오름만 가는 것으로 결정했고 다른 회원들은 등정을 목표로 했습니다. 6년 전 등정 때는 5월이었는데도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던 터라 회원님들이 잘 올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됐습니다. 연골이 상당히 없어지는 걸 각오해야 하죠. 그 뒤로 전 도가니탕을 수시로 먹었는데도 잘 회복이 안 되더라고요. 

 

 

해발 1338m의 사라오름은 성판악 휴게소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좌측으로 향하면 됩니다. 제주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있는 오름 중 하나죠. 일본어인 ‘사라’(접시)를 거꾸로 엎어났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는데, 가운데엔 둘레 250m의 습지가 있고 주변엔 노루가 뛰어논다고 합니다. 전망대에선 한라산 정상을 바라보는 경관과 제주 서부지역을 바라보는 풍경이 무척 뛰어나서 명승으로도 지정돼 있습니다. 

 

사라오름 분화구는 제주도 6대 명당자리 중 제1명당자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라오름의 이름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미리 내려온 분들이 등정팀을 기다리면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데, “살아 생전에 꼭 가봐야 하는 오름이라서 사라오름이라고 한다” “사라지지 않는 오름이라서 사라오름이라고 한다” 등으로 설전을 벌이고 있는데, 듣고 있던 주인 아주머니가 너무 답답했는지, “모두 틀리고 오름 정상부가 접시를 뒤집어놓은 것 같다고 해서 예부터 일본어인 ‘사라’를 써 왔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헐. 둘째날의 저녁 식사는 제주에서만 제대로 된 맛을 낸다는 쥐치회로 마무리했습니다. 

   
메인 이벤트인 한라산 등산을 마친 셋째날, 우린 제주올래 14코스를 걷기로 했습니다. 뭉친 다리 근육을 풀기도 하고 힐링도 하면서...그 전에 한림읍의 자랑인 명월리 팽나무 군락지에 먼저 들렀습니다. 제주 어떤 관광사도 소개를 해주지 않는 보물이죠. 수백 년 된 팽나무 수십 그루가 하천을 따라 줄지어 있는데, 조선 양반들이 달이 뜨는 날이면 이곳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달 구경을 한 곳이기도 합니다. 팽나무 군을 따라 짧은 둘레길도 나 있는데, 겨울이어도 예쁜데 울창함을 보여주는 여름이면 얼마나 멋있을까요. 

 


이제 스타렉스를 타고 한림읍 월령리로 이동했습니다. 제주 특산물인 백련초가 자생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제주 4.3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죠. 4.3 때 폭격으로 턱이 없는 채 수십 년을 살다가 돌아가신 무명천 진아영 할머니 생가를 들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들뜬 마음을 가다듬기도 했습니다. 

 


금능, 협재해수욕장을 따라 펼쳐진 제주의 푸른 바다를 만끽하는 것도 14코스의 매력입니다. 걷다가 지치면 쉬었다 가고, 배가 고프면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고...이 보다 더 좋을 순 없었습니다. 위의 사진 보이시죠? 50대 초반에서 60대 후반의 장노년들이 해수욕장에서 이런 풍경을 연출하다니요...참으로 희한한 건 한림 어디를 가더라도 그 놈의 비양도가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도 비양도, 저기서도 비양도. 우리는 이 때부터 비양도가 안 보이는 한림의 어느 지점을 찾기 시작했는데, 결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비양도입니다. 

 


우리는 또 앞으로 한림읍에 본사를 둔 ‘한림그룹’을 만들기로 결의했습니다. ‘한림투어’ ‘한림프로덕션’ ‘한림그룹 사이판지사’ 등을 말입니다. 경남 김해시 한림면이나 경남의 건설회사인 한림건설, 춘천의 한림대학교와 교류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름이 비슷한 닭고기 회사인 ‘하림’과도 손을 잡기로 했지요. 사이판 지사는 내년 기진맥진 2주년 산행 때 가기로 한 사이판에 먼저 지사를 설립하고 이종호 지사장님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무슨 정신 나간 얘기를 하나 싶으시겠지만 우린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14코스의 마지막 장소는 한림항입니다. 해녀들의 힘겨운 소라잡이도 구경하고, 비양도를 넘어 제주 서쪽 바다 위로 펼쳐지는 일몰의 멋진 광경도 감상했습니다. 역시 하루 마무리인 만찬은 빠뜨릴 수 없죠. 조정순 회장님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흑돼지로 원기 보충을 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넷째날입니다. 전날과 이날 아침에 몇 분들이 육지로 나간 터라, 남은 분들과 가장 멋진 오름이라는 금오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가을 금오름은 정상부 분화구에 습지에 물이 있고 습지 식물들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있었는데, 건조한 날씨 때문인지 그런 풍광은 볼 수 없었습니다.

 

다만, 멀리서 바라보는 한라산 봉우리는 또한 새삼 다른 느낌을 갖게 했죠. 분화구에서 올라가는 회원님들의 모습도 멋지죠? 이렇게 우리의 제주 일정은 저물어 갔습니다. 기진맥진 회원 몇 분이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10분이 함께 한 3박 4일은 평생토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나눴습니다. 이제 기진맥진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창원 둘레길을 걸으면서 때대로 특별 이벤트를 마련해 즐거움을 더하려고 합니다. 

 

Y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리며 가입하실 분은 언제든지 노크해 주십시오.

 리멤버 제주, 포에버 기진맥진!!!!!

 

 

Posted by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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