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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기진맥진 경주 남산 산행기

by 이윤기 2022. 10. 31.
구분 내용
일시 20221023() 08:00-17:00
구간 경주 남산 (삼릉 ~ 용장리)
주요 지점 삼릉 ~ 금오산 ~ 용잠사지 ~ 용잠마을
창원 출발지 3.15 아트센터 앞 (0750, 8시 출발)
경주 출발지 용장마을 주차장 (수육 섭취 후)
뒤풀이 엄마야, 우연히 봄
교통 45인승 대형버스 (조원문 이사님 운전)
준비물 , 수저, 반찬통, , 회비 25천 원
참석자 26

■ 참석 : 총 26명
          1조 : 이경수(조장), 조정순, 김형준, 정규식, 류지영, 이승희, 이승희 외 1명 (7명)
          2조 : 박수연(조장), 이인안, 허정도, 최동준, 김경년, 조원문(운행) (6명)  
          3조 : 이종호(조장), 김정하, 이봉재, 신삼호, 유청준, 김일영, 김일영 외 1명 (7명) 
          4조 : 정민교(조장), 김태석, 박영민, 이윤기, 박유경, 이장희 (6명) 

 

화창한 날씨 속에 경주로 출발 

2022년 10월 23일은 마산YMCA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야유회는커녕 공식행사도 진행 못한 것이 많았는데, 이사회 주최로 26명이 화창한 가을 날씨 속에 버스에 몸을 싣고, 마산3.15아트센터에서 7시58분에 출발했으니 말입니다. 이번 산행은 대형버스를 내주고 운전까지 해주신 조원문 이사님 덕이 컸습니다. 수육, 막걸리, 김치, 김밥 등 준비물은 이종호 이사님 등 기진맥진 집행부에서 담당해 주셨고, 김주용 시민사업위원님이 답사 자료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또, 이인안 이사장님과 이윤기 사무총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셔서 명실상부한 마산YMCA 공식 산행이 됐다고 할 것입니다. 


김태석-이경수-허정도 이사의 해설은 이어지고... 

이번 산행은 경주 남산의 문화재 답사를 겸한 서남산 코스 등반입니다. 남산은 신라 불교문화의 보고라고 할 만큼, 다양한 불상과 탑 등이 분포돼 있습니다. 첫 방문지는 보물 63호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입니다. ‘돌로 만든 석가모니불 등 세 개의 서 있는 조각품’이란 뜻 정도 되겠죠. 7세기 후반 신라불상의 대표작이라고 하는데, 주변에 흩어져 묻혀 있던 것을 1923년에 이곳으로 모았다고 합니다. 김정하 이사님의 낭랑한 목소리로 준비해 간 자료를 읽고 가볍게 넘어가려고 하는데, 역시 마산Y의 위키백과 이경수 이사님이 사전에 취득한 지식으로 좌중을 압도하셨습니다. 여기에 허정도 전 이사장님이 부처의 손 모양, 즉 수인에 대해서 보충설명까지 해주셨고요. 정말 대단한 분들입니다. 다음은 삼릉입니다.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왕이 줄지어 있는 곳이죠. 가야와 신라의 고분군의 특징 등에 대해 김태석 이사가 아름다운 해설을 하고 다음 문화재로 가려는 순간, 궁금하면 절대 못 넘어가시는 김형준 전 이사장님의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 무덤들 주인공의 성씨는 무엇인가? 헐...이건 준비 못한 건데요. 이제야 자료를 찾아보고 밝힙니다. 박씨는 1(혁거제)-3대, 5-7대, 53-55대. 석씨는 4대(탈해), 8-12대, 14-16대, 김씨는 13대, 17대(내물왕)-52대, 56대(경순왕)에 왕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김씨가 가장 왕을 많이 했고 마지막 왕도 경순왕이니 우리나라 최고의 본 중 하나가 경주 김씨 인 게 맞겠지요. 더 이상의 질문은 사절입니다.

등산객과 불교 답사객을 뚫고 금오산으로


이제 본격적인 산행에 접어들었습니다. 전형적인 화창한 가을 날씨 속에 등산객이 참 많더군요. 목이 잘려 있지만 늠름한 자태를 품은 냉곡 석조여래좌상 앞에서 잠시 쉬며 불교문화 답사팀 해설을 귀동냥을 좀 하고 다시 오르기를 반복했습니다. 처음엔 재잘대던 소리가 잦아든 걸 보니 산행이 만만치 않음을 증명했습니다. 경주 남산, 동네 야산은 아니었습니다. 한참을 오르니 삼릉계곡 선각육존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높이와 너비가 10미터 쯤 되는 절벽바위에 몸체는 선각으로 나타내고 얼굴만 깎아 내어 돋을새김으로 표현한 것으로, 마애불 중 가장 늦은 10세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박영민 전 이사장님의 자료 낭독으로 문화재에 대한 감흥을 나눴습니다. 다시 몇 백 미터를 올랐습니다. 2000년대 중반 마산Y 산악회의 산행대장으로 부흥기를 맞았지만 지금은 연골이 거의 없어진 70세의 청년 허정도 전 이사장님,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섭렵하려고 하다가 회원들의 고령화로 목표 달성을 힘들다고 걱정하는 학봉산악회 회장 신삼호 부이시장님, 이경수-옥명훈 위원님과 함께 新 3대 구라 중 한 명인 유청준 위원님은 기진맥진한 멤버들이 한심해 보였는지 멀찍이 앞서 가시더군요. 이젠 보물 666호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이 나타났습니다. 순백 화강암으로 조성된 여래상이 화려한 연화대석 위에 앉아 계셨습니다. ‘자유시간’을 먹으며 자유시간을 보낸 뒤 다시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남산에서 멧돼지와 곰을 만나면 어떻게 할까? 

 

젊은 시절 천왕봉을 뛰어다녔다가 이젠 무릎이 다 망가진 최동준 이사님은 “와 이리 문화재가 안 나오노?”라 하셨습니다. 잠시 숨고르기를 위해 쉬는 회원들을 위해 김태석 이사가 경주 남산에서 멧돼지와 곰을 만났을 때 대처요령을 설명했습니다. 답은 무엇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시죠. 산 중턱에 있는 상선암을 지나 신설들이 내려와 바둑을 뒀다는 바둑바위를 뒤로 하고, 상사병에 걸린 사람이 간절히 기도를 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상사바위에 이르러 마애석가여래좌상을 굽어봤습니다. 마애석가여래좌상은 남산에서 두 번째로 큰 불인데, 낙석 위험 때문에 상사바위에서야 감상할 수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회원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질 때쯤, 멋진 경주 시내 전경이 펼쳐졌습니다. 과연 남산을 경주의 주산(主山)이라 할 만 합니다. 여기서 정규식 이사님은 야릇한 개그를 하셨는데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박유경 회원님은 멋진 포즈로 남편을 유혹했죠. 

드디어 금오산 정상, 막걸리 생각이 간절했지만...

 

삼릉에서 출발해 3시간 정도. 남산의 정상인 해발 468m 금오봉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등산객들이 정상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우리는 먼저 점심식사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충무김밥을 미리 주문해 개별로 나눠드렸지만, 많은 분들이 다른 음식들을 싸오셨습니다. 특히 이승희 이사님의 사모님이 준비한 알타리무와 된장씨레기는 일품이었습니다. 이장희 위원님과 함께 정신없이 먹었죠. ‘막걸리를 마시러 산을 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정상 등정 후에 막걸리는 얼마나 맛있습니까. 하지만 하산 후 만취를 위해 참아야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이 계속 돌아다니면서 음주 단속을 하고 있었고 실제로 한 팀은 적발되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표지석을 배경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류지영 팀장님이 찰칵!!!)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국내 최고 해발에 있는 용장사곡 삼층석탑

 

나이가 들수록 하산이 등산보다 힘듭니다. 이미 체력이 많이 떨어진데다 무릎으로 몸을 지탱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동네 야산이라도 등산스틱과 무릎보호대는 반드시 지참해야 합니다. 김경념 이사님을 위해 이인안 이사장님이 무릎보호대를 벗어주셨습니다. 감동의 도가니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잠시 쉬는 동안 박수연 이사님의 워킹과 스틱의 사용법에 대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역시 요가로 다져진 몸으로 보여주는 자세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곧 남산 최고의 뷰를 자랑하는 용장사곡 삼층석탑이 반겼습니다. 이 높은 곳에 삼층석탑을 어떻게 쌓았을까요? 조형미는 석가탑이나 창녕 술정리 동탑보다는 못하지만, 남산 전체를 기단부로 삼고 있는 이 석탑이야말로 석탑계의 지존이라 할 만한 합니다. 조금 더 내려가니, 보물 187호 용장자곡 석조여래좌상이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래가 없는 삼륜의 대좌에 머리가 없는 좌불입니다. 군데군데 돌이나 시멘트로 복원한 것도 이상했지만, 잘 모르는 우리가 봐도 여러 조각을 끼워 맞춘 듯해 모양이 이상하다고 중얼거리는 순간, 미술교사인 김일영 이사님이 일갈하셨습니다. “이런 족보에도 없는 탑이 있다니, 성이 나네요”. 굉장히 성난 마음으로 다시 하산길을 재촉했습니다.

남산 꾀꼬리, 막걸리 뒤풀이, 그리고 돈춤

 

이제 종착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앞서 가신 분들은 벌써 도착해 뒤풀이를 준비하고 계셨지만, 후미에서 오신 분들은 마산Y의 꾀꼬리 김경년 이사님의 ‘나뭇잎 사이로’를 계곡 물소리와 함께 들으며 가을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었습니다. 이봉재, 이승희 이사님도 너무 즐거워 하셨습니다. 동영상이 남아 있으니 그 감동에 다시 취해보십시오. 드디어 용장마을 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조별로 막걸리, 수육, 김치, 파김치가 난무하고 있었습니다. 지리산 성대종주의 주인공 정민교 이사님은 취기가 벌써 7부 능선을 넘기면서 주위를 즐겁게 해주셨습니다. 박수연 기진맥진 총무님은 지역경제를 위해 인근의 가게에서 막걸리를 계속 공급해 주셨습니다. 과연 이 자리를 이대로 끝낼 수 있을까요? 마산에 도착해 2차를 위해 조정순 회장님의 ‘돈춤’이 등장했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춤이었습니다. 웬만한 춤은 섭렵한 박수연 이사님, 매주 춤을 배우러 다니는 이경수 이사님도 흉내 내지 못하는 너무나 창조적인 댄스였죠. 돌아오는 버스에서 있었던 일은 여기에 담지 않고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경주 남산 산행은 전무후무한 추억을 남기며 저물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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