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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시청자 수준 못 따라가는 언론...망할 것

by 조정림 2023. 10. 6.

9월 20일 저녁 마산YMCA 청년관에 사람들로 꽉 메워졌습니다. 이 날은 노무현재단 후원으로 진행되는 ‘경남 지역문제 이야기 주간’ 마지막 이야기 마당이 펼쳐지는 날입니다. 마지막 이야기 마당은 마산YMCA 주관으로 ‘한국 언론, 왜 점점 더 추락하나’라는 주제로 펼쳐졌습니다. 

발제와 지정토론 그리고 참여자 전체가 참여하는 테이블 토론과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3시간 가까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날은 특히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음에도 참여자들의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발제를 맡은 박성제 전MBC 사장은 ‘증거를 찾고 검증의 과정 없는 언론 보도가 언론 환경을 망치고 있다’며 ‘기자들은 대중들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뉴스 생산을 해야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변화되는 언론 환경이 공정하고 균형 잡혔다는 시각이 무너졌고 유튜브등 각자의 시각을 남아낸 뉴스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발제의 마지막은 ‘독자와 신청자 수준을 못 따라가면 망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지었습니다.

 


이어지는 지정토론에서도 절망적 상황과 희망적 메시지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첫 번째 지정토론은 송현준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맡았습니다.‘기는 언론 위에 나는 국민’라는 제목으로 언론환경의 변화, 국민의 수준, 편향적이라는 발언조차 편향적이 되어버린 언론 현실, 시민들의 권리 찾기, 공영 방송의 중요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 복성경 부산민언련 대표는 그동안 언론 모니터링을 꾸준히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신랄하게 한국언론을 비판하였습니다. 이번 토론회의 초기제안 제목은 ‘한국 언론,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였는데, 이 제목을 듣는 순간 ‘한국 언론이 회복해야할 시점이 있냐’라는 의문을 가져 매우 적극적으로 제목 수정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언론사 중심이 아니라 시민 중심의 발상과 질 높은 저널리즘 연대와 서울중심의 정치 뉴스 편중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마지막 지정토론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진홍근 교수가 맡았습니다. 진홍근 교수는 특유의 유쾌함으로 언론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언론의 중립성을 다시 정리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민중을 위해 존재하는 언론은 그들의 권익보호와 불평등 현실을 사회에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언론의 중립성은 공정함 보다 정의에 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민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검증된 언론사를 구독하거나 후원하는 직접지원 방식과 해당 언론사의 기사나 보도를 자신의 SNS에 올려 주변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더 이상 시민은 관찰자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 참여자가 되어야함을 강조하였습니다. 

 


발제와 지정토론을 마친 후 토론장 세팅을 테이블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빠르게 바꾸고 소감과 의견, 질문들을 함께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보통 토론회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끝나지만, 참여자 모두가 각자의 생각을 전하고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시간이 걸리겠지만 테이블 토론을 진행해보기로 했습니다.
총 6개의 테이블로 나누어 각자의 견해와  발제자 지정토론자에게 전할 질문들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테이블 안에서도 열띤 이야기마당이 펼쳐집니다.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고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이런 토론회 방식이 좋다는 의견에서부터, 언론 환경에 대한 비판까지 끝없이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질문도 30개가 넘게 취합되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마무리한 토론회는 예정된 시간보다 훌쩍 넘었습니다. 이 토론회가 언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언론을 바라볼 때 ‘답이 없고, 희망이 없다’는 식으로 정리되지 않아 의미 있었습니다. 그리고 복성경 대표의 말대로 이렇게 언론 뿐 아니라 시민사회, 전문가 등 함께 모여서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이런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합의가 만들어진 것 같아 뜻 깊었습니다. 

이번 토론회가 더욱더 의미있었던 건 참여자의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테이블 토론방식을 도입한 것과 토론회 주관을 미디어사업위원회와 시민사업위원회가 협업해서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이 토론회를 계기로 다양한 방식의 시민토론회를 기획해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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