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인권에 관해 물어보면, “권리”, “기본”이라는 단어를 제일 많이 말한다.
권리는 영어로 “Rights”다. 권리는 하나가 아니라는 뜻이다. 평등권, 자유권, 참정권, 청구권, 사회권 등 이제껏 우리가 배워왔던 권리들을 말하기도 하며, 개별적인 인간으로서 갖는 수많은 권리의 범주까지 인간의 권리를 정의하는 것은 사전상에서는 가능하겠지만, 인간의 실생활에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아이들이 말하는 “당연한 것”, “기본”이라는 단어가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고 이 당연한 것들의 부재로 인해 인간의 존엄이 위협받고 있음이 너무도 안타깝다.

 


2020년에 만난 창원지역아동센타의 아이들과 ‘우리는 평화인권 시민’이 되기 위한 ‘인권감수성’을 가진 시민으로서의 성장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기초로 한 어린이들의 권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짧은 신호등 때문에 차들이 지나는 건널목에 있는 위험해 보이는 노인을 돕는 아이들의 착한 인성에 찬사를 보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짧은 신호등의 기준이 누구일까? 를 생각해보고 신호등이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도구였다면 노인이나 장애인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끼는 인권감수성의 눈을 가지기 바라며, 10cm의 턱을 오르지 못하는 휠체어를 기꺼이 들어주는 행동과 동시에 10cm 턱을 낮춰야 함을 아는 인권감수성 키워야 함을 아는 시민이 되었으면 했다.
언젠가 기사에서 보행로의 일부에 지하철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는 장애인들의 요구가 있었는데, 비장애인들이 보행로가 좁아져서 보행이 불편해진다는 이유로 반대를 했었다고 한다. 본인들의 보행권이 침해받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는 장애인, 노인, 짐이 많은 사람 등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인권감수성은 “일상생활에서 아주 작은 것도 인권의 눈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나는 “아주 작은 것”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차별 없이 ‘모든사람’이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에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기 어렵다는 뉴스가 마침 나온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아이 엄마가 아니더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법안이 무려 8건이 발의되었지만 통과된 법안은 없단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실 관계자는 "출생신고 조건을 풀어주는 법안이 다른 현안들에 밀려 관심을 못 받고 있다"라는 이유 때문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생존권 <제7조> ‘우리는 이름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태어날 때 우리의 이름, 부모님의 이름, 태어난 날이 기록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국민이 될 권리가 있다. 날 낳아준 부모님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권리와 부모님에게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다’ 생존하고 있지만 생존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보호받을 권리도 발달할 수 있는 권리도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도 없는 것이다. 국민으로 존재하기 위한 위급성보다 더한 현안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인권교육이 한창일 때 창녕의 9세 어린이 학대사건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아이들에게 언급했는데 대부분 아이가 알고 있었다. 학대받는 아이, 보호받지 않은 아이에 대해서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른들의 책무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두 시간을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그들의 소리를 듣고 피드백을 해줘야 하며 나의 진정성을 전해주기 위해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목은 아픈데, 다리는 아픈데, 이런 모든 과정이 힘들지가 않다. 나는 인권교육이 좋다,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반짝이는 눈으로 공감을 보내주는 아이들, 모두가 함께 기본을 만들어 갈 동반자가 된 기분이 든다. 아이들은 미래를 같이할 동반자며, 사회적 자본이며, 세상을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보물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에 관한 권리를 지켜야 할 어른의 책임과 의무를 40개 조항”으로 만들어둔 것이다. 즉 아이들의 권리 지키기 위한 어른들의 노력이다. 나는 아이들과 인권교육을 하면서 더 어른이 되어 간다. 누군가가 인권교육을 한다고 하니. 내게 권리만 가르치고 책임과 의무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핀잔인 듯 조언인 듯 내게 전한 적이 있다. 맞다. 난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권리만 이야기한다. 나의 권리, 타인의 권리,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 누군가 누리게 해줘야 할 권리, 지켜줘야 할 권리 등등, 책임과 의무라는 이름으로 권리를 묵살하지 않기 위해서 오랜 시간 학습되어서 습관처럼 나오는 책임과 의무를 억누르고 있다.

Posted by 마산YMCA NEWS 혜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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