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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YMCA/만나러갑니다

바람에 날려 온 전단지...YMCA로 이끌어

by 이윤기 2024. 12. 3.

[만나러 갑니다] 등대 마을지기 이서희, 아보카도 촛불 

지난 11 29() 오전 10 30, YMCA 회관에서 등대 마을지기를 맡고 계시는 이서희(아보카도) 이사를 만났습니다. 등대 마을지기를 맡으신 아보카도 촛불님은 봄에 촛불 대학으로 시작하여, 여름까지 점등식을 진행하고, 가을에는 생명·평화 축제 그리고, 11 28()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까지 등대 활동만으로도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이윤기: 자주 뵙는 이사님인데, 인터뷰하려고 마주 앉으니 좀 어색합니다만, 이사님 잘 모르시는 회원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서희: 네 저는 마산YMCA에서 등대 마을지기를 맡고 있고, 또 여러 회원 활동을 하고 있는 주부 이서희입니다. 제가 마산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타 지역에서 쭉 살다가 결혼하고 남편 직장을 따라 다시 마산 와서 9년째 살고 있습니다.

 

이윤기: YMCA에서 등대 마을지기를 맡고 있으면서 다른 회원 활동도 하고 계시는데, 모두 한번 소개해주세요.

 

이서희: 네 첫째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등대>, 그리고 다음부터는 우선순위는 아니구요. 퍼실리테이터 연구모임 <Y->, YMCA 산행모임 <기진맥진>, 그리고 최근에 새로 만들어진 역사문화 동아리 <역사와 문화>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작년부터 추천이사로 활동하였고, 올해부터 총회에서 회원들이 뽑아주신 회원 대표조직인 마산YMCA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윤기: 여러 모임에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우선순위를 물어보면 안 되겠지요?

이서희: 아뇨 말할 수 있어요. 저는 등대, 등대가 제일 첫 번째, 그 다음은...... 첫 번째만 공개하는 걸로. 할께요.

 

이윤기: 아까 마산에 오신지 9년째라고 하셨는데, YMCA와 인연을 맺은 건 몇 년도였습니까?

 

이서희: 제가 마산에서 태어났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아버지께서 직장을 옮기시면서 울산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학창 시절은 모두 울산에서 보냈구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청주에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결혼 후 첫째를 낳고 육아에 전념하다가, 보건소에서 결핵 담당 간호사로 일을 했어요. 그리고 둘째를 낳고 다시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면서 지냈습니다. 아이를 돌보면서 좀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가 YMCA를 알게 되어 삶에 활기가 생겼다고 말씀 드릴 수 있어요.

아마 2018년이었던 것 같아요. 낯선 곳으로 이사를 와서 답답하고 무료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진짜 영화처럼 우연히 (YMCA) 알게 되었어요. 어느날 아이랑 같이 놀이터에 나갔어요. 아이는 신나게 놀고 있고, 그 옆 그네에 앉아 있는데 바람이 막 불었어요. 그러면서 종이가 한 장 날아왔는데...세상에 그게 촛불대학 전단지였어요. 되게 신기하지 않나요? 그때 저는 신문지라도 날아왔으면 주워서 읽었을텐데...... 하필 촛불대학 전단지가 저 한테로 날아온 겁니다. 새로운 공부가 목말랐던 시기라 당장 달려 왔어요.

 

영화처럼 우연히... 촛불대학 전단지가 바람에 날려 왔어요.

 

이윤기: 그럼 첫 인연 촛불대학이었네예?

 

이서희: 아뇨~ 기억 못하시겠지만 처음 이사와서 첫째 아이 유치원을 막 검색해서 알아보다가 이사오기 전에 포항에서 다녔던 유치원과 교육과정이 비슷한 YMCA 유치원을 발견했어요. 지역 카페에서 많이 추천하더라구요. 그때가 여름쯤이었는데, 교무실에 큰 선풍기가 막 돌아가고 있었고, 서류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는데, 선생님들은 아무도 없고...... 나중에 남자 분이 한 분 오셨어요. 그래서 유치원 입학기 가능하냐고 물었는데, “자리가 없습니다하셨어요. 그래서 대기를 걸어놓을 수 있냐?”고 물었는데, “대기 걸어놔도 못오실겁니다라고 해서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하고 나와 버렸지요. 나중에 2학기 때 전화로 다시 문의했는데, 그 때도 입학이 안된다고 했어요. 촛불 대학하러 여기 처음 왔을 때 같은 곳인 줄 몰랐었죠. 아무튼 그래서 첫째는 못 다녔고, 둘째가 아기스포츠단을 다녀지요.

 

저는 전혀 기억에 없는 일인데, 그 때 단호하게 입학이 안 된다고 했던 일에 대하여 사과드렸습니다. 오랫동안 YMCA 활동을 하시면서 전혀 내색하지 않으셨는데, 인터뷰하는 날 마음에 남아 있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하필 저 때문에  YMCA 첫 인상은 “쌀쌀맞다”로 기억되었다고 합니다.ㅠㅠ

 


이윤기: 자 그럼 등대활동 소개를 좀 해주세요.

이서희: 등대요? 등대는 마산YMCA 안에 있는 엄마들의 모임이죠. 같은 뜻을 함께하는 엄마들의 모임이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협동하는 모임입니다. 그래서 등대활동을 <생활협동운동>이라고 부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체감하면서 환경보호 캠페인도 하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서 하고 있어요. 매주 모여서 책도 같이 읽고, 시사 문제에 관하여 토론하고, 다양한 생활 실천 함께 해나가고 있어요. 이런 기본활동을 바탕으로 생명평화축제도 참여하고, 사람의 김장나누기도 하고, 어린이 통학로 안전 실태조사와 캠페인도 하고, 일회용품 줄이기 활동으로도 연결되시는 거죠.

이윤기: 그동안 해오신 활동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을 소개하신다면?

 

이서희: 네 단연 생명 평화 축제가 기억에 남구요. 축제 수익금으로 이웃과 나누는 사랑의 김장나누기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입니다. 두 행사는 매년 개최하는 행사였구요. 그 밖에 초록매장 실태조사 후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던 일, 그리고 과대포장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은 등대 촛불들이 직접 마트에서 장을 보고 포장을 뜯어서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이 사용되었는지 확인하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퍼포먼스와 캠페인을 진행하였습니다.

 

이윤기: 이사님 말씀 듣아보니 사회적으로 뭔가 영향을 주는 활동을 중요하게 기억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서희: 네 제가 그런 걸 좀 그런 것 같아요. 사회 활동 비중을 두게 된 건 데 나 하나 목소리를 내서는 일도 안 될 뿐만 아니라 괜히 이상한 사람 취급받고 그랬는데, YMCA에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목소리를 내고,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었던 게 저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직장 생활할 때도 저 노조 활동 적극적으로 참여 했거든요. 처음엔 자세히 모르고 선배 따라 노조 활동에 참여했지만, 활동하다보니까 월급 인상이나 복지 개선 그런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겠더라구요.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 그 활동에 빠졌들었죠. 그전에는 그냥 저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수 있어요.

이윤기: 아주 어릴 때 태어나신 곳은 마산이라고 하셨죠?

 

이서희: 네 제가 부모님들께 여쭤보고 알아봤는데....... 마산 부림시장 근처에서 태어났더라구요. 전엔 제가 관심이 없어서 엄마가 여러 번 말해줬는데도 흘려들었는데, 지금은 제대로 알고 있어요. 제가 박정희 대통령 장례식(국장) 기간에 태어났거근요. 당시에는 통행금지가 있었는데, 대통령 시해 사건으로 국장이 치러지는 기간이라 아주 힘들게 산부인과로 가셨다고 들었어요. 113일이 생일인데 당시 많이 추웠는데 난방도 제대로 안 된 추운 곳에서 태어났다고 하더라구요.

이윤기: 울산으로 이사를 가신 계기는?

 

이서희: 아버지 직장 때문에 울산으로 이사를 갔구요. 부모님께서는 지금까지 울산에 살고 계셔요. 저는 청주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결혼하고 포항에 살다가 마산으로 이사를 왔어요. 마산에서는 아기 때 이사를 갔기 때문에 저는 기억이 없지만, 엄마가 당시 기억을 되살려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태풍이 와서 1층이 잠길 정도로 비가 많이 왔었던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저희 부모님 가끔 마산에 오시면 오래 전 추억이 있으셔서 이렇게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어하세요.

 

이윤기: YMCA 활동 말고 다른 사회 활동은?

 

이서희: 일단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제가 YMCA 활동이 좀 많구요. 특히 Y-퍼는 조정림 국장과 함께 각종 토론회나 교육 현장에 함께 많이 다니고, 기진맥진, 역사와문화 활동으로 바쁘구요.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책 읽어주는 엄마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고, 개인적인 취미 활동으로는 필라테스와 골프를 하고 있어요.

 

YMCA에서 만난 평생지기, 믿고 기다려주는 소중한 사람...

 

이윤기: 다음 질문입니다. YMCA 활동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이서희: 단연 조정림 국장!, 최근에 어떤 계기가 있어서 저 사람 나한테 되게 소중하구나라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좀 마음이 힘들었고, YMCA 활동도 좀 쉬고 그랬거든요. 한동안은 국장님하고도 연락을 안 하고 그랬는데, 묻지 않고 따지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사람이 바로 조정림 국장님 이었어요. 마음을 어느 정도 추스르고 조정림 국장에게 전화를 해야지 하고 핸드폰을 들었는데, 영화처럼 그 순간에 전화가 걸려 왔어요. 그날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남편 다음으로 평생 같이 할 소중한 사람이란 걸 깨달았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YMCA 주민자치학교나 여러 퍼실 활동을 하러 가면서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던 시간이 되게 많더라고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 차 제 옆자리에 제일 많이 탄 사람이었고,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더라고요. 그래서 저를 좀 많이 알았고, 제 감정까지 이해하면서 묵묵히 기다려준 게 저는 감동적이었어요.

 

이윤기: Y-퍼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활동 소개해 주신다면?

이서희: YMCA에서 개설한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 수업을 함께 듣고, 한국YMCA 퍼실리테이이터 자격증을 획득한 사람들의 모임이구요. 자격증만 딴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공감하고, 퍼실리테이터 활동을 연구하고, 여러 가지 도구 사용과 기법도 익히고, 토론도 함께 하면서 같이 성장하는 연구 모임이면서 조정림 국장과 현장에서 퍼실리테이터 활동을 함께 하는 모임입니다.

 

이윤기: 이사님, 열정과 애정이 많으신데, 만약 등대 촛불들의 숫자가 더 많아진다거나 혹시 돈이 더 생긴다거나 하면 꼭 해보고 싶은 활동이나 일이 있을까요?

 

이서희: 저 있어요. 최근에 등대 수련회로 순천으로 다크 투어를 갔다가 엄청 자극을 받았는데요. 순천YMCA 노플라스틱 카페 그걸 하고 싶어요. 돈이 있다면 마산YMCA 카페를 하고 싶어요. 저는 YMCA 운동 취지에 딱 맞는 카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윤기: 돈이 많이 없어도 여러 사람이 함께 꿈을 꾸면 방법이 있지 않을까예.

 

이서희: 그럼 방법을 한 번 찾아볼까요? 저는 친환경 세제를 선호하고, 다른 것도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는데, 동네에서 쉽게 구하기가 어려워요. 제가 어렵게 구해쓰는 제품들이 순천-Y 노플라스틱 카페에 다 있는 거예요. 저는 등대 촛불들에게 잘 맞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YMCA에 돈이 있다면? "노플라스틱 카페" 해보고 싶어

 

이윤기: 네 순천-Y 카페 시작도 처음에는 소박했어요. 지금은 많이 자리 잡았지만, YMCA가 할 수 있는 만큼 의미를 담아 작은 카페를 시작했고, 우연히 스타벅스 후원이 연결되었고 그랬는데, 저는 준비와 기회가 만났기 때문에 찾아온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순천-Y가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찾아 온 기회였던거죠.

 

이서희: 네 순천-Y가 요청한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 이사분이 검색하다가 알게 되어 연락이 왔었다고 들었어요. 우리도  한번 해볼까요?

 

이윤기: YMCA 회원들이 의기투합하면 가능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서희: 순천-Y 회원들이 일회용품 안 쓰는 카페를 생각했다고 하는데, 저는 뜨거운 차를 일회용 잔에 마시기 싫어서 항상 텀블러나 잔을 들고 다니거든요. 그런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아예 안 마시는 걸 선택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좀 별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이윤기: YMCA는 처음 출발부터 지금까지 그 사회의 주류가치를 그냥 쫓아가지 않고 다른 가치변화를 위해 노력해온 조직이죠. 유별난 사람이면 일제 때는 독립운동 하는 사람이 유별난 사람이었을 거고. 독재정권 때는 민주화운동 하는 사람이 유별난 사람이었을 겁니다. 지금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앞장선 사람들이 유별나게 보이겠지요.

 

이서희: 저는 제가 사는 아파트 주변 가게를 자주 이용하고, 일회용기 대신에 통을 가져가거근요. 여러 번 그렇게 하다보니 이제는 아예 일회용기에 담지 않고 제가 통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주시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런 사람이 많지 않아 저만 유별나게 여겨질까봐 마음이 쓰일 때가 있어요.  많겠죠? 제가 눈에 안 보이기는 하지만.......

 

이윤기: 많습니다. 눈에 안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이 만큼이라도 유지 된다고 저는 늘 생각합니다.

 

이윤기: 이사님 가족들은 YMCA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YMCA 일로 시간을 많이 쓰시잖아요.

 

이서희: 가족들 모두 지지해주고 응원해 줍니다. 특히 남편이 지지하고 응원해주니 이렇게 활동 할 수 있고, 차츰 YMCA 활동에 함께 참여도 해주고 있습니다. 처음에 남편은 정치적으로 너무 진보적인 단체라고 살짝 걱정했지만, 아이이가 아기스포츠단을 다니고 아내가 YMCA 활동을 하는 걸 가까이 보면서 이해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또 제가 좀 육아만 하는 생활에 좀 답답햇하고 우울감도 생기는 걸 걱정햇는데, YMCA 활동을 하면서 그런 부분이 많이 좋아지면서 엄청 응원 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활동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해서 힘이 나요

 

이윤기: 아이들은 YMCA 때문에 엄마가 너무 바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이서희: 아이들은 YMCA 활동을 하는 엄마를 너무 자랑스러워해서 저는 그게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다른 친구 엄마들과 다른 사회 활동을 하는 걸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아이들을 통해 엄마들도 알게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서 힘을 내고 해줍니다. 저희 부모님도 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든요. 올해 후원 회원으로 가입시켜야되겠다는 생각이 방금 떠올랐어요. 환경 문제나 이런데 관심이 없으셨는데, 딸이 이런 활동을 하는 거에 대해서 되게 멋있다고 하세요. 저희 아빠는 정치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시는데, 전에는 결이 달라서 많이 싸웠는데......요즘은 서로 같은 얘기를 하게 되기까 신기해요. 제 영향을 받으셔서 우리 아버지가 분리배출 정말 열심히 잘 하시거든요. 통장님이 아닌데 약각 통장님 같은 느낌으로 우리집 분리배출만 하시는게 아니라 아파트 분리배출도 앞장서서 챙기세요.

 

이윤기: 네 이제 마무리 할 시간입니다. 인터뷰 공통 질문 나에게 YMCA 이란 OOO이다

이서희: 나에게 YMCA<놀이터>이다. 정말 마음 편하고 즐겁게 놀았다고 생각하는데, 놀고 나서는 되게 뭔가 뿌듯해요. 의미있는 그런 놀이터인 것 같아요.

 

이서희: 그런데 사람은 따뜻한데 YMCA 건물은 좀 차가워요. 전 이방(평화방) 창문에 블라인드 하나 사비를 들여서라도 달고 싶어요. 여기서 낮에 모임을 자주 하는데 눈이 부셔요. 뷰는 좋은데 눈이 부셔서 막 눈물이 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브라인더를 내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달아드릴게요.

 

이윤기: 네 그럼 대안을 한 번 찾아보는 걸로 하시구요. 혹시 제가 안 물어본 이야기 뭐 하시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힘들고 지칠 때는 뒤돌아 보는 걸로

 

이서희: ~~~~ 등대 회원들 등대 촛불들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촛불들이 많아지면 활동 영역도 넓어질 수 있을거예요. 요즘 어떤 활동을 하다보면 인원이 좀 늘어나면 좋겠다 싶을 때가 많아요. 어제 김장 할 때도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이서희: 그런 점에서 보면 YMCA 이사, 위원님들은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하시는 모습보면 정말 모두 오래 활동하다보면 힘 빠진 상황이 많았을 텐데....... 다시 으샤으샤 잘 일어나는 YMCA 선배들이 너무 신기하고 좀 대단해 보였어요.

 

이윤기: 이사님은 어떤 점이 특히 힘드세요?

 

이서희: 제가 기후 위기에 대해서 좀 알게 되었잖아요. 그런데 어떨 때는 공부 할수록 우울감이 오더라고요. 힘 빠지고.......나 하나 이렇게 해봐야 시민들, 국민들이 바뀌지 않는데 과연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이런 회의감이 들때가 있거든요. 정부도 안 바뀌고, 기업도 안 바뀐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활동가들이나 YMCA 유지 지도자들도 그런 생각들지 않을까요?

 

이윤기: 저는 그럴 때 뒤를 돌아봅니다. 뒤를 돌아보면 정말 안 바뀔 것 같은 세상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보이거든요. 10년 전, 20년 전, 100년 전을 돌아보면 차근차근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어 가는게 보이거든예. 등산할 때 출발점에서 바라보는 정상은 저기를 언제 올라가나 싶지만, 한 참 걷다가 돌아보면, 와 벌써 이 만큼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예. 저는 뒤를 돌아보며 내가 이 만큼 해냈구나 하고 희망을 찾는 편입니다.

 

이서희: 제 걱정을 좀 내려 놓아도 되겠네요. 힘 빠지는 게 제일 위험한 것 같아요.

이서희 이사와 인터뷰를 마치고 전날 있었던 김장 행사 평가를 한참이나 더하고 김장행사 때 특별히 수고하신 등대 촛불들 이름을 한 분씩 차례로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 내년 김장 때는 이렇게, 저렇게 조금 바꾸면 좋겠다는 평가회까지 하였습니다만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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