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재(역사와문화 회원, 마산YMCA 이사)
2~3일 전부터 역사와 문화의 첫 답사를 앞두고 너무도 설레였습니다. 드디어 첫 답사일! 진해 경화역에서 대기 중, 날씨는 우중충하고 습도도 대박! 약 20분간 기다림에 벌써 몸은 땀으로 흠뻑 적셨습니다. 기다리던 중에 조정림 국장이 다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이서희 이사님이 알러지약 구매가 필요한데 가까운 곳에 약국이 있는지에 대한 문의였습니다. 허겁지겁 2층에 있는 약국에 올라가니 마침 문을 닫을 분위기였는데 약사가 괜찮다고 해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에피소드를 남기고 집결 장소인 망산도로 이동하는 중 조정림 국장이 조용히 부탁할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뭔가요? 들어드릴께요”라고 하니 아니나 다를까 답사 일기를 요청(9/9,오전 9시 마감 요청)했습니다. 한 번도 적은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결국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열일하는 국장의 요청에 결국 수락하였습니다.(참고: 거절 시 류위훈 총무님께 요청할 계획이었다고 하네요.) 아무튼 집결 장소에 도착하니 벌써 12명이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부 상기된 표정이었고 일부 회원들은 나들이 복장이었습니다. 뒤풀이에서 김태석 회장은 향후 답사 시 별도로 복장 안내도 하기로 했습니다.ㅎㅎㅎ
역사적 가치가 있는 망산도 악취와 관리 소홀로 아쉬움 가득
함께 인사를 하고 3조 김주용 회원의 진행으로 답사 투어를 시작하였습니다. 역시 학예사로서 전문가의 포스가 확 느껴졌습니다. 1코스는 인도 아유타국 허황후가 상륙 한 진해 용원동 망산도, 유주암(배가 뒤집 임으로), 유주 비각대를 둘러보는 코스입니다. 현장을 살피는 동안 많은 설명이 이루어졌는데, 아쉽게도 하수 오물 냄새로 썩 유쾌하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표지석 및 관리상태는 전혀 주위의 시선을 끌지는 못하고 있어 마음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망산도 유주암’은 지역 경계 지점으로 가야사에 있어 중요하며, 인도 남방불교의 근원을 새롭게 예측해 볼 수 있어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문화재입니다. ‘망산도 유주암’ 직접 확인하고 작은 바위산에 비석 하나로 버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부산 강서구로 편입되었는데 이승준 회원이 시멘트와 아스팔트 경계 지적도를 확인시켜줬습니다.
최치원이 낚시 즐겼던 곳 청룡대 바다는 큰 모텔로 막혀
2코스는 최치원이 낚시를 즐기던 곳인 외로운 ‘청룡대 각석’입니다. 도착하니 도로 아래쪽에 위치하여 마치 움막같은 곳에 방치한 느낌이었습니다. 두 갈래로 나눠진 바위에 “청룡대치원서”라는 글자만 희미하게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현장 설명은 '산밑까지가 바다가 였다'는 김주용 회원의 설명으로 시작했습니다. 김주용 회원은 ‘이렇게 관리부재에 표지석 하나 제대로 없는 상황인데 창원시는 말로만 최치원을 기린다고 한다. 이건 부끄럽다 못해 수치스럽다’라고 했습니다. 김주영 회원의 열변과 땀에 흠뻑 젖은 옷깃이 마치 울부짖음 같았습니다.
청룡대 각석이 위치한 곳은 용원 골프장 가는 길인데 각석 맞은 편에 ‘모텔 라움’이 덩그렇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어떻게 허가가 났는지 궁금할 지경이었습니다. 도로 쪽 벽면 때문에 바위에 새겨진 글자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여기서 낚시를 하면서 신라말기 6두품 출신의 서러움을 표현한 것 같아 맘 한 켠이 아렸습니다.
또한 회원 모두 이구동성으로 관리 실태가 이럴 수 있는지 한탄했었는데, 이 이야기는 뒷풀이에서 이어집니다. 지역 특성과 스토리를 살려 새로운 문화관광 도시로 환골탈퇴하자고 요청해 보자, 건축기법에 대한 고민까지 이야기가 연결되었습니다.
풀이 무성하고 가파른 안골 왜성, 역시 답사 의상은 등산복이 최고
3코스는 일본 수군의 제1수군기지(1593) ‘안골왜성’입니다. 조별 차량이 안골 왜성 초입인 마을회관에 주차했습니다. 모두들 무더운 날씨에도 지친 기색없이 씩씩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취했습니다. 왜성 초입 마을은 회백색으로 깨끗하게 색칠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나 초입부터 안내표지판 하나 없어 인솔자가 없을 경우 어떻게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3조의 최대 복병인 이지순 회원이 가픈 숨소리로 나름 잘 따라오다 전망대에 이르기 전 잠깐 쉬기도 했습니다. 여름이라 풀들이 무성했는데 반바지를 입은 김봉임 회원과 샌들을 신은 회원들이 풀독에 오르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스러웠습니다.
아! 왜성 탐방과 같은 산허리 탐방은 봄 가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레길 개발 안내와 표지석 및 주요 왜성 포인트 등 보완 조치해서 역사적 스토리를 담은 관광지로 개발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왜성 전망대에서 바라본 진해만의 모습은 아파트와 진해신항으로 가려져 버렸고 신항개발로 산을 허무는 공사 현장을 보니 상당히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의문 투성이 물음표가 가득한 답사였습니다.
왜장들이 와서 안골포 만에 북적북적되었을텐데 지역 경제 활성화라기 보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시끌벅적했을 것이라는 이지영 회원의 상상, 하은영 회원의 연신 ‘더워, 더워’라며 얼굴이 붉게 익은 모습, 이승준 회원이 ‘아이고 덥다’하면서 땀에 흠뻑 젖은 비닐(레자) 옷에 대한 한탄, 가파른 길에서 손을 잡아주는 옥명훈 회원의 멋진 모습, 그 와중에 류위훈 회원의 ‘시원하다’라고 말하는 초긍정 마인드, 김주용 회원의 땀의 열강까지..이렇게 작은 여운들을 남기로 3코스 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4코스는 선박 수리 및 정박지인 안골포 굴강입니다. 탈진까지는 아니지만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한잔 하자는 말에 전부 힘을 내어 안골포 굴강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적 한계로 ‘아아’도 원래 계획했던 세스빼데스 답사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2개의 보물이 있는 성주사
5코스는 성주사(통일신라 흥덕왕승려 무염 창건 801~888)입니다. 과연 ‘아아’는 언제 마시는건지ㅎㅎㅎ. 하은영 회원은 왜성에서의 모습과 다르게 지친 기색 없이 안내 거울을 보며 맑은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이 모습에 다들 조금이나마 힘을 내는 분위기였습니다.
이지순 회원은 결국 카페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나머지 회원들은 성주사 입구에 있는 동종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없었던 코끼리상과 곰상(하얀색으로 도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조금은 부조화스러움에 회원들은 불편한 기색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상업적인 사찰임을 증명이라도 한 듯 대웅전 등 곳곳이 공사 중이라 어수선했습니다.
북, 목어, 운판, 동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성주사의 보물 중 하나인 ‘목조 석가여래삼불 좌상’을 만났습니다. ‘목조 석가여래삼불 좌상’은 목조로 만든 도금이 된 불상입니다. 세 불상 모두 머리와 살상투 구분없이 머리에서 턱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얼굴 상에 옷주름은 두껍게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석가여래의 오른손은 땅을 향하고 왼손은 무릅 위에 있는 ‘항마’부처로 모든 악마를 항복시키고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나는 환갑이 되어서야 그 뜻을 알게 되었는데 동아리 활동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삼배는 경건한 자세로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성주사의 두 번째 보물은 지장전에 있는 ‘감로왕도 탱화’입니다. 감로왕은 아미타불을 달리 부르는 말로 부처의 설법이 이슬의 비처럼 은혜를 주는 덕이 있다해서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보통은 육상 전투(아귀)장면을 그리는데 성주사 감로왕도 탱화는 해상전투(수군)장면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아아 한잔은 언제?
성주사에서 먹기로 한 ‘아아’는 시간 관계상 생략하고 마지막 코스로 향했습니다. 마지막 코스는 불곡사로 도착하니 5시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집행부에서는 불곡사 답사를 제외하고 뒤풀이 장소로 바로 이동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밀고로 불곡사 해설을 준비한 신삼호 회원의 귀에까지 들어가 강력한 태클(?)로 다시 불곡사에서 답사를 마무리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불곡사는 일주문이 특히 웅장합니다. 기둥 위와 기둥 사이에 있는 다포식 양식 규모가 대단했습니다. 일주문 지붕 바로 아래 용, 거북이, 호랑이 조각이 돋보였는데 특히 호랑이 뒷모습이 귀여워 보였습니다. 신삼호 회원의 건축사로서의 전문지식이 돋보였습니다. 창원 객사에서 분리해서 재설치했다고 하나 확실하지 않으며 웅천항교에 있던 문을 1943년 우담 화상이 옮겼다고 하였습니다.
일주문에서 목탁소리에 이끌려 가다보니 비로자나불상(통일신라 850~900)이 보였습니다. 보는순간 이마에 위치한 보석 빛에 마치 안경을 쓴 귀여운 불상으로 보였습니다. 불곡사는 통일신라시대 진경대사가 창건하였으며 봉림사 말사로 비로전이 대웅전 역할을 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비로자나불상은 특히 손잡는 모습이 특이했습니다. 수인(왼손의 검지손가락을 오른손주먹으로 감싸 쥐는 수인)은 ‘지권인’으로 지혜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회원 전체적인 분위기는 성주사는 상업적이며 불곡사는 가까이 있으면서 처음 방문하는 회원이 제법 있어 보기보다 포근하고 조용한 절이라며 흡족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결국 ‘아아’는마시지 못하고 첫 답사의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그 유명한 반찬이 맛있는 맛집 양덕동 ‘엄마야’로 GOGO!!!
드디어, 범띠(?) 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엄마야”로 입성했습니다. 너무도 아쉽게도 김주용 회원, 이지순 회원, 정규식 회원, 이승준 회원, 옥명훈 회원은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엄마야 반찬을 보는 순간 선술집이 아니라 밥집임을 한방에 느꼈습니다. 내 옆테이블은 거의 흡입 수준으로 먹었습니다. 불과 몇 초 뒤 김봉임 회원은 추가 주문 요청하며 안주를 적게 시킨 회장님을 타박했습니다.
맥주, 막걸리, 소주가 박스에 가득 찰 때쯤 허정도 회원께서 오늘의 돌발 퀴즈를 내었습니다. 전부 귀가 쫑긋했습니다. “최치원 선생이 경남 부산에 6개의 지명을 지었는데 어디 어디일까요?” 정답을 맞추고자 하는 회원들의 열정에 감탄했습니다. [정답: 해운대, 월영대, 남일대, 고운대, 강선대, 청룡대]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자면 한증막 같은 무더운 날씨에 열정적으로 설명해 준 김주영 회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외 중간 중간 허정도 회원, 신삼호 회원, 이승준 회원, 옥명훈 회원, 김태석 회장 등등 부족한 부분 설명을 보태주는 모습에서 ‘역사와 문화’ 동아리가 무궁한 발전이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재와 역사 지식이 부족하고 문외한 나를 답사 일기 요청해서 다시 한번 Review하게 한 점(긍정마인드 ㅎ) 또한 감사합니다. 선술집인 엄마야에서 술값 비용이 듣기로는 역대 최고의 매출이였다고 합니다. 불로만에서의 2차에 이인안 이사장님 함께해서 감사했습니다.(호기롭게 류위훈 총무님이 전화함.)
그날 저는 김봉임 회원으로부터 ‘형님’ 소리를 듣는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김봉임 회원이 사준 조금은 비싼 술 해독음료를 마신 후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다음날 촌에서 배추, 무 심고 잔디 정리하는 등 바쁜 휴일 보낸 후 답사일지 초안은 당일 휴대폰 노트로 초벌 작성한 기준으로 당일 오후 6시부터 밤 11시쯤 마무리하였습니다. 두서없이 정리하였고 일부 맞춤법, 어휘 등 부족한 점 양해 바랍니다. 작성 하다보니 조정림 국장이 A4한장 요청한 것이 페이지수가 8페이지로로 증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9.08(일) 늦은 저녁
글쓴이 이봉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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