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백명기(마산YMCA 미디어사업위원장)
학창 시절 내게 학교는 꼭 가야 하는 곳이었다. 그곳을 나와야 비로소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고, 미래의 직업을 준비할 수 있었다. 주변의 어른들은 배움을 길게 하지 못한 분들이 많았고, 우리 세대만큼은 배움을 통해 좀 더 나아진 삶-편한 삶이라고 어른들은 얘기했지만-을 살아가길 바라셨다. 동네 친구들 모두 학교에 갔고, 나 또한 자연스레 학교에 갔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인내해야 했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불합리하고 폭력적인 상황이 무척 많았지만, 그 시절의 나와 내 친구들은 대개 그러려니 했다.
지금도 학교가 그런 모습이라면 어떻게 될까? 배움과 지식의 도구가 여기저기 널려있고, 초등학생도 공정과 정의를 잘 이해하고 있는 지금의 학교에서, 육체적 폭력은 고사하고 윽박지르거나 차별적 태도가 보이는 교사가 있다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실 지금의 학교를 가만히 보면 겉으로는 폭력이 없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학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입시 준비에 자신을 스스로 몰아넣어야 한다. 심지어 경쟁에서 나은 위치에 서려면 보다 어린 나이 때부터 인내심을 가지고 경쟁교육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학교뿐 아니라 학원에서까지. 예전에는 회초리나 폭언 또는 억압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던 것들이, 지금은 진로에 대한 조기교육을 통해 학생이 자신을 스스로 억압하고, 심리적 폭력 상태에 놓여있다고 한다면, 좀 과장된 주장일까?
대안학교에서 생활하면서 난, 학생들이 어떻게 경쟁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망가뜨렸다가, 다시금 회복하여 자신의 고귀함을 깨닫고 당당하게 바로 서는지 지켜보았다. 마치 외부의 영향으로 오염된 강이 스스로 조금씩 깨끗함을 되찾는 과정처럼.
그 속에서 어른이라는 외피를 쓰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수많은 가식과 오만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학생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서 우린, 함께 탐구하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모색하고 있다. 수많은 갈등과 오해와 화해 속에서.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브래디 미카코)>는 학부모의 눈으로 본 영국의 학교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일본계 영국인이며 영국인과 결혼해서 영국에서 아이를 낳아 학교로 보냈던 경험을 솔직하고 유쾌한 입담으로 적어놓아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아이가 영국인으로 살아가면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겪는 차별의 순간과 그것을 잘 이겨나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같이 이방인으로 취급받으면서도 스스로 차별주의자가 된 다니엘과 싸우고 나서 아들은 이렇게 말한다.
“다니엘이랑 나는 최악의 적 아니면 최고의 친구가 될 것 같아. 특기가 비슷하기도 하고.”
이를 들은 작가는 “사춘기를 앞둔 아이의 흡수력이란 스펀지나 다름없어서 때로는 두려울 정도다.”라고 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이런 말에 공감이 가고 마음이 놓이는 느낌이 들 것이다.
작가는 공립학교를 선택한 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원래 다양성이 있으면 매사 번거롭고, 싸움이나 충돌이 끊이지 않는 법이다. 다양성이 없는 게 편하긴 하지.”
“편하지도 않는데 왜 다양성이 좋다고 하는 거야?”
“편하려고만 하면, 무지한 사람이 되니까.”
내가 근무하는 학교 학생들은 함께하는 활동이 많고, 기숙사 생활을 하기에 항상 친구 문제가 가장 큰 화두이다. 거의 모든 시련과 고통은 친구한테서 온다. 마음 맞는 친구가 그렇게 중요하고, 또 더불어 산다는 것은 그렇게 힘들다. 그러나 결국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3년 동안 하나둘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외면하는 게 편하지만,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을 알아가고 이해하며 함께 살 방법을 찾는 과정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다. 내면이 성장하면 허용의 폭도 넓어진다. 그래서 대안학교 학생들은 고통 속에서 빨리 어른이 된다. 물론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부모도 교사도 힘들다. 비단 대안학교뿐이랴, 세상 모든 부모는 아이의 혼란을 보며 반성하고, 아이의 성장을 보며 자신이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법이다. 작가도 아이와 학교를 보며 교육과 삶의 조화를 느낀 그대로 재미있게 적어두었다.
한편, 이 책에서는 계층으로 나누어져 있는 영국 사회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하층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자존심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시민사회의 힘도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영국을 거울로 삼아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학교와 가정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백명기(마산YMCA 미디어사업위원장)
백명기 위원장은 배움과 삶의 기쁨을 발견하는 꿈의 학교, 기숙형 공립대안학교 '남해 보물섬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다.
2022년 미디어사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셔서 청소년영상캠프 및 청소년영상제가 잘 진행 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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