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 구성원이 된다는 것
작성: 이승준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
미련해 보일는지 몰라도 저는, ‘마산’이라는 이름이 남아있는 것들은 늘 반갑습니다. 오늘날 ‘마산’은 ‘창원’이라는 통합의 메트로폴리탄 앞에, 다소 투박하고 오래된 느낌을 주는 이름이지만, 마산이 마산으로써 지닌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낼 때, 오히려 특례시 창원이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성장할 것이라는 평소에 가진터였습니다..
마산역, 마산만, 마산 어시장, 마산 창동, 마산 아구찜, 마산 통술... 이 밖에도 마산 이라는 이름은 흔적은 여러 군데에서 그 나름의 몫을 다해주고 있는 셈입니다. 그 중에서도 마산YMCA는 그 마산이라는 이름을 잘 간직해주고 있는 아주 소중한 단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근현대 마산이라는 역동의 시공간 속에 마산YMCA가 남긴 흔적들을 희미하게나마 알고 있었기 때문이거니와, 그 공동체의 구성원들에 대한 나름의 흠모 또한 있었기 때문이랄까요.
실제로, 지난 2022년 4월 시민사업위원으로 함께하기 시작하면서 마산YMCA 공동체의 사회적 책임의식과 목적의식에 대해 깊은 공감과 열의를 느껴왔습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를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정책으로 녹여내는 과정, 그리고 시의성을 지닌 아침논단 의제를 설정하고 이를 함께 청강/토론하여 공론화를 이끌어내는 과정 등, 과연 지역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 같은 사회단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 구성원으로 몇 개월을 보내는 동안, 여름수련회에 대해 종종 이야기를 듣곤 했었습니다. 지난 코로나19로 인해 여러번 무산된 수련회에 대한 위원님들의 아쉬움과 함께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 수련회만의 즐거운 놀이문화(?)에 대해서도 말이지요.
그렇게 수련회날이 가까워질수록 위원님들의 상기된 기분들이 읽히는 것이, 마치 대학시절 MT를 기다리는 학부생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덩달아 그 준비 과정마저 함께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출발 당일, 각자의 생업으로 함께 한 곳에서 출발하기는 힘들었지만, 흩어진 곳곳의 삶터에서 공동체의 공간으로 따로 또 같이 한 곳을 향해 전진해 나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다들 거제 지세포의 수련회장으로 모여주셨습니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이 다르다”라는 세간의 이야기처럼, 바닷가 별장에서의 공동체의 모습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정감 있고 또 열의에 찬 모습이었습니다. 조정림 국장님의 소통을 위한 아이스브레이킹, 이윤기 사무총장님의 특강 그리고 김태석 위원장님 주관의 월례회의까지 격의없는 가운데에서도 진지한 담론들을 자유롭게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어지는 만찬 시간, 이종호 위원님, 옥명훈 위원님을 비롯한 여러분 위원님들이 앞장서서 준비해주시고, 무엇보다 수련회 소위원회 위원 분들의 열정적인 준비로 풍성한 나눔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찾아온 승부의 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출발 전부터 아니 수련회의 계획이 잡히는 그날,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전부터 서로가 으름장을 놓았던 윷놀이(라고 쓰고 전쟁이라도 읽어도 좋을) 한 판이 벌어졌습니다. 식탁을 붙여놓고 치러보는 난생처음의 입식 윷놀이. 허정도 이사님을 비롯한 자칭 타칭 최고수님들의 잇따른 낙! 구경꾼들의 왁자지껄한 훼방, 실수가 천운으로 둔갑하는 기상천외한 말잡이 등 그야말로 아수라장의 파티가 벌어진 후에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팀은 꼴찌ㅎㅎㅎ. 이 맛이 바로 윷놀이 패배자의 마음인가 싶더군요.
윷놀이의 여운을 안고 저마다의 밤을 삼삼오오 지새운 다음날 아침, 거제 기성관에 들러 기성관의 유래와 역사에 대한 말씀을 듣고, 이어서 문재인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에, 마지막 행선지로 향했습니다.
각자의 장소에서 출발한 우리의 여정은 고)유장근 교수님의 묘비에서 다시금 하나의 의미를 가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타향을 고향 삼아 마산의 역사학자로 살아오신 교수님의 생애를 다시금 기억해보면, 그 삶의 족적이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나의 이정표가 아닌가하며, 새삼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수련회를 마치고 오늘에 와서 돌이켜보면 대단히 소중하고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순간순간 일일이 지면에 담을 수 없는 배려와 노고들,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토론과 연대. 그 모든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세대와 성별과 계층을 뛰어넘어, 민주/정의/항거/환경의식/시민의식 등 ‘마산’이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자산들을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나가는데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늘 마산YMCA가 자리하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면을 빌어 마산YMCA와 함께 한 알의 밀알(요한 12:24~26)이 될 기회를 허락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산YMCA, 그리고 시민사업위원회 구성원이 된다는 것
늘 고맙고 놀랍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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