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인터뷰 3] 아기스포츠단 학부모편 "Y가 나보다 더 미덥다"
봄이라고 하기 에는 아직 쌀쌀한, 그러나 봄 냄새가 물씬 느껴지는 3월 초에 봄같은 회원님을 만났다. 그녀는 등대 활동으로 YMCA를 알게 되었고, 아기스포츠단에 첫째 아이를 보내면서 YMCA가 본인보다 더 미더워졌다고 말한다. 이제 첫째 아이는 아기스포츠단을 졸업하여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고, 둘째 아이가 아기스포츠단에 다니고 있다. 스스로가 YMCA에 너무 편향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YMCA를 매우 좋아하는 회원님 한 분을 인터뷰하였다.
만나서 반갑다. 학교와 아기스포츠단에 아이를 보내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일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어서 감사하다. 이 인터뷰는 마산YMCA 웹진 <와이드림>에 실릴 예정이다. 편한 마음으로 수다 떨 듯이 인터뷰 하면 된다.
첫 번째 질문은 공통 질문이다. YMCA 아기스포츠단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나?
아는 언니를 통해서 등대를 알게 되었고, 등대활동을 먼저 했다. 그 때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었고 둘째를 임신한 상태였다. 유치원을 알아봐야지 하던 참에 알면 알수록 아기스포츠단이 좋았다. 하지만 외벌이 상황에서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했고, 교육청 소속의 일반 유치원이 아니라서 유난스러운 부모가 되는건 아닌가 하는 고민도 되었다. 제도권 밖의 교육을 택해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아기스포츠단에 보내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게 되었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아스단에 보내지 않을 이유는 없었고, 보내야 할 이유만 많아졌다.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아기스포츠단에 입단했다. 사실 다른 유치원은 매리트가 없다고 느껴져서 알아보지도 않았다.
YMCA 아기스포츠단의 어떤 점이 가장 매리트가 있다고 느꼈나?
우리 아이가 특이한 것도 있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을 2년 동안 다니면서 흰밥만 먹고 왔었다. 나는 2년간 그렇게 안 먹는 줄 몰랐고, 어린이집 선생님은 원래 그런 아이인줄 알았다고 나중에 들었다. 그때 아이는 알면 알수록 틀에 갇혀있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음식을 먹으려는 시도도, 새로운 것을 하려는 노력도 하지않았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틀에 갖히지 않도록 하려면 생각이 유연해지는, 한계를 넘는 연습을 많이 시켜야겠다고 느꼈다. 그러려면 와이가 맞다는 확신이 들어서 결국 아기스포츠단을 선택하게 되었다.
와이를 보내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아봤는데 그런 이유는 없었고, 이유를 찾을수록 와이에 더 확신이 생겼다는 말인가?
그렇다. 찾을수록 우리에게는 와이가 더 맞는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회비도 다시 계산을 해보니 큰 차이가 없었다. 경제적으로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아서 보내게 되었다.
등대활동을 하면서 아기스포츠단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등대를 하면서 알고 있었던 아기스포츠단과 실제의 아기스포츠단을 비교한다면?
다른 것은 별로 없었다. 입단 전에 사소한 이야기도 알고 있었고, 여러 경로로 아기스포츠단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 못했던 건 선생님들이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YMCA 연간행사를 겪어보니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근속이 길지 않구나 정도의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선생님을 먼저 걱정해주시는 학부모이다. 멋지다.
와이에서 일하는 분들은 사명감이나 보람이 없으면 오래 일하기 힘들 것 같다. 선생님들이 대단하고 멋지다.
아이를 아기스포츠단에 보내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했던 상황이 있다면?
우리 아이는 물에 한 발짝도 들이기 싫어하는 아이었다. 원래 물을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서인지 바다에 가도 모래만 만지고 풀장에 가도 물에 절대 안 들어가서 와이에 가도 수영을 할까 걱정이 들었다. 그래도 안가겠다는 이야기는 안하고, 안했다는 날은 없었다. 5세 때 수영 공개수업에 갔더니 수업 내용을 대충 따라서 하고, 마지막에 물속에 있는 동전 줍기를 했는데, 난간을 잡고 발가락으로 동전을 끌어와서 꼬집어 올리는 모습을 봤다. 상반신은 절대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매우 만족했다. 그러다 6세가 되었고, 물개가 되어 있는 모습을 봤다. 6세가 되어서는 물놀이를 진짜 좋아해서 놀러가서도 튜브가 필요없다 하면서 물에서 잘 노는 아이가 되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 경험을 보면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옛날의 그 모습은 얘기할 수도 없었다. 내가 수영장에 가라고 시켰다면 이렇게 안 되었을텐데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수영장에 가서 경험했던 것이 엄청 큰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너무 만족한다.
면접 보러 온 것 같다. 너무 말을 잘한다.(웃음) 미리 질문지를 드린 것도 아닌데 대답을 미리 준비한 듯이 잘 한다.
나도 이 이야기에 매우 공감하는게, 내 아이도 바닷가에 가면 발가락도 못 담그는 아이였는데 아기스포츠단 3년을 지내고나니 겨울 그 차가운 바다에도 연가시처럼 뛰어드는 아이가 되었다.(웃음) 아이들에게 경험은 참 중요한 것 같다.
다음 질문하겠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진짜 건설적인게 없다.(고민)
건설적이지 않아도 된다. 인생에 건설적인 에피소드가 어디 있겠나. 소소한 이야기도 좋다.
가장 최근의 이야기가 기억에 난다. 마지막 졸업캠프때 엄마아빠에게 주는 상장을 만든 것을 어제 받았다. 졸업캠프 마지막날에 사정이 있어서 중간에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가야하는 상황이라 동생이 첫 등원하고 어제 받았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가 쓴 상장을 받기 전에 다른 아이가 쓴 상을 sns로 먼저 봤다. (사진을 보여주며) 다른 아이가 부모님에게 주는 상 이름은 ‘나의 우상'부모님은 나의 우상’, ‘생(生)상;태어나게 해줘서 감사합니다상’이었다. 그런데 어제 받은 내 아이가 준 상장은 이거다. <와이엠씨에이를 다니게 해줘서 고마워요 상’ ; 유치원비를 나 대신 내줘서 고마워요상> (크게 웃음) 너무 현실적인 상을 받았다. 같은 반 친구들이 쓴거라고 하기기엔 온도차가 너무 크다.
또 다른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와이를 보내면서 만족한다고 느껴지는 상황이 있는데, 사소한 데서 묻어나는 와이스러움이 느껴질 때다. 그럴때는 감동과 울컥함이 있다. 그 중에 생각나는 하나가, 등원차를 기다리는데 어떤 아이가 타야 할 차를 놓쳐서 엄마가 자차로 운전해와서 엄마와 뛰어오고 있었다.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김** 힘내라” 응원을 하는데 너무 울컥했다. 그런건 가르쳐서 되는게 아니고 와이 아니면 못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그런 사소한 부분이 아기스포츠단을 다니면서 꽤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니 감동스러워서 울컥한다. 나도 가끔 아이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때면 YMCA스럽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회원님은 아기스포츠단에 아이를 보내면서 어떤 성장이 있었나? 등대했던 이야기도 곁들여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등대를 통해서 생각이 많이 바뀌고 넓어진 것 같다. 그 당시 육아를 한지 한 2-3년밖에 안되었으니까 주부를 한지도 그 정도밖에 안되었다. 밥하는 것도 너무 서툴고, 살림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서 생각이 없었다. 등대를 하면서 기본적으로 자연환경을 생각하는 것도 많이 배웠고, 주별 실천 미션을 경험하면서 여러가지를 느꼈다. 그리고 몇 년간 읽지 않았던 책도 읽고 좋은 컨텐츠 영상도 공유하면서 생각도 넓어지고 방향성도 잡혔다. 그리고 생각치 못했던 부분도 많이 알게 되어 스스로 좋았다. 성장도 하고 의식도 생겼다. 지금도 할 수 있는 만큼은 실천하려고 한다.
회원님은 아이가 어떻게 자라줬으면 하는가?
나는 남편과 둘 다 회사원이었어서 계속 조직생활을 생각하게 된다. 옆 사람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었으면 한다. 밉상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혹시 주변에 아기스포츠단에 입단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어떤 내용으로 설득할 수 있을까?
설득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유니크한 교육프로그램-공장과자 안먹기, 티비 안보기, 숲놀이-, 두 번째는 체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 사실 초등학교 가면 공부도 체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반을 닦을 수 있다. 세 번째는 공동체 생활을 경험 할 수 있는 것. 어차피 학교가 조직생활을 하는 곳이니까 그 안에서 잘 생활할 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 너무 이론적인가?(웃음)
좋다.(웃음) 이론적인거 좋아한다.
정리해보면, 첫 번째는 유니크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체력을 기를 수 있다. 세 번째는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다는 내용인건가?
유니크한 교육인 공장과자 안먹기와 티비 안보기, 이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가 이 이야기를 하는데 둘째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대화의 배경을 똑같이 해줘야겠다고 생각해서 둘째도 아기스포츠단에 고민 없이 보내게 되었다. 이런 교육을 하는 유아교육기관은 없다.
그리고 지리산 노고단 등반도 되게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큰 메리트다. 그리고 와이는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을 가르쳐 주는 곳이라 생각한다.
YMCA에 매우 편향된 회원님답게 좋은 이야기가 많았다.(웃음) 이 한 질문에는 아쉬운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아기스포츠단에 바라는 점 또는 개선하면 좋겠다 싶은 점이 있다면?
선생님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유치원에 학부모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 있는데, 거기서 만난 자모모임이 등대로 이어져서 오래 만나는 경우가 많다. YMCA 교육 사상을 다르게 보는 엄마들은 스포츠 사교육으로 인식해서 보내는 엄마들이 있다. 나와 다른 시각으로 보내는 엄마들이다. 와이를 스포츠 사교육으로 보는 엄마와 그렇지 않은 엄마는 너무 극과 극의 시선이다. 자모모임이 활발해져야 아스단의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잘 성장할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간극을 줄이는 것이 어렵다. 교육취지를 설명해도 다르게 이해하는 엄마들이 있으니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서 아쉬웠다. 스포츠 사교육으로 접근하면 결과를 따지니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교육하는 아기스포츠단의 가치와 상반된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말해도 되나? 어떤 엄마가 재활용에 대한 교육을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에게 환경이나 재활용 교육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유럽 어느 나라는 아이들 교육과정에 있다고 들었다. 이런 교육들을 아이들에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YMCA가 환경운동을 하고 있으니 유아교육에도 환경을 넣으면 좋겠다. 재활용이나 분리수거에 대한 조기교육 또한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질문이다. 질문이 많아서 고생 많았다.
아이의 담임이었던 7세 황진간선생님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뭐라고 하고 싶나?
안녕하세요. 처음에 남자선생님이라서 무심한가 싶었는데 매번 세심하게 잘 챙겨주셔서 놀랐습니다. 남자유치원 교사로 살아가기 힘들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귀한 경험이고, 귀한 선생님이고, 그만큼 헤쳐갈 일도 많고 힘든 일도 많겠지만 그래서 더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오래오래 아이들 옆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떨리네요..(미소)
아, 그리고 어딘가에 녹이면 좋을 것 같아서 한마디 더 하고싶다.(어디에 녹일지 몰라서 그대로 넣겠다^^)
큰 아이를 YMCA에 보내고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오버랩 되는 기간이 있었다. 어떤 경험이든 생활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는 생각을 했는데, 접하기 어려운 것이 젠더였다. 성평등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던 그 시기즈음 어린이집 연합행사로 둘째 아이 어린이집 운동회에 갔다. 이벤트 사회자가 와서 진행을 하는데 젠더감수성이 떨어지는 말들을 듣게 되었다. 커트머리에 덩치있다고 “아빠같은 엄마”라는 말을 하거나, “어떤 선생님이 더 예뻐요” 같은 질문을 하는데 듣기 굉장히 불편했다. 이런 모든 말들은 아이들이 다 흡수하듯이 배우는 것인데.. 그 후로 아기스포츠단 운동회에 참석을 했는데 운동회에서는 그런 것을 하나도 느낄 수가 없어서 YMCA가 이런 점은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점도 YMCA는 다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을 함)
말을 엄청 잘한다. 면접이었으면 합격시켰을 것 같다. 처음 뵙는 회원인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 떠는 느낌으로 인터뷰를 진행해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고, 아이를 키우면서 즐거운 만남을 계속 이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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