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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주부 엘보', '테니스 엘보', 이름부터 차별

by 마산YMCA 2026. 3. 26.

 

 

백선초 선생님 (창원시평화인권센터 활동회원)

 

  살빼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으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게 된 나, 건강검진의 수치로 확인된 현재의 나는 지금부터 관리 시작이라고 적혀 있는 수치들이 제법이 있었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과 딱 적기에 내가 깨닫게 되었음에 감사함을 안고 퇴근 후 무엇을 배워볼까 탐색하는 취미를 뒤로 하고 내몸 돌봄을 해보기로 하였다.

 

남편과 동네 공원을 땀나게 몇 바퀴 돌고 공원운동기구를 이용해 나름의 근력운동을 하는 것으로 뿌듯한 나의 운동스케줄을 만들어 갔다.

 

욕심 때문이었을까, 요령이 없어서일까? 팔다리 근력운동이 중요하다 싶어 우찌나 열심히 했는지,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운동한 표가 나는구나 싶어서 뿌듯한 느낌도 들고. 이러다 낫겠지 싶어서. 여전히 열심히 하였으나, 나의 왼쪽 팔은 가만히 있어도 아프고 움직여도 아프고, 어떻게 해도 아파왔다.

 

한 시간 일찍 연차를 내고 병원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엘보입니다”, “주부엘보, 테니스엘보라고 합니다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의사: "집에서 더러운 것 못보고, 보는 즉시 걸레 빨고 청소하고 하지요?"

나: "아니요"

의사: "먼지 있는거 그냥 못지나가고 바로바로 닦고 하지요?"

나: " 아니요"

의사: "설거지 미뤄져 있는거 못보고 바로 하지요?"

나: "아니요, 뭐 적당히 합니다"

의사: "손빨래 하고 하지요?"

나: "아니요"

의사: "집안일 못 미루고 바로 하지요?"

나: "아닙니다"

 

이런 계속 이런 분위기라면 아니오라는 말을 아무리 부드러운 뉘앙스로 이야기 한다 해도 이건 감정싸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 "제가 일할때 무거운 것도 들고 옮기기도 하고 컴퓨터도 많이 쓰고 팔을 많이 씁니다."

   (실제 나는 물건 옮길 때 사용하려고 면장갑이 책상서랍에 늘 들어있고, 종일 컴터 앞에 앉아 있다)

의사: "거보세요, 팔을 많이 쓰잖아요!"

 

주부 엘보, 테니스 엘보는 팔꿈치 바깥쪽 힘줄에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하는 외측 상과염을 말하는 것으로 손목과 팔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통증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의사의 말에서 손목과 팔이 아파져 오는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는 있었다. 설명의 예시를 모두 뭐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첫 번째 두 번째 질문을 받고 나는 다른 질문의 결을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이해가 쉽다고 생각해서 설명하는 것일까? 이 의사는 외측 상과염의 설명의 예를 가사 노동의 예시로만 드는 것일까? 그럼, 남자가 와도 가사 노동의 예시로 들까? 이분은 전통적으로 가사 노동은 주부의 몫이고 주부는 여자의 역할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언뜻 해본다.

 

요즘 우리 집의 가사 노동은 나보다 남편이 많이 한다. 그리고 난 회사에서 팔을 많이 쓴다. 매번 책상을 옮겨야 할 타이밍이 많고, 짐을 옮기고,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그리고 요즘 내 생애 하지 않던 운동을 온몸의 근육을 다 써가면서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되어서 엘보에 염증이 생겼을 것이다. 나이가 있으니 오랜 세월 가사 노동의 댓가가 엘보로 나타남이 상당한 부분 차지함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설명에서 느껴지는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한 나의 불편감이 느껴짐은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밖에 설명하지 못하는구나' 싶어서 전체적인 신뢰도 낮아져 별다른 질문도 하지 않고 물리치료만 받고 나왔다.

 

주부 엘보의 이름, 생각보다 엘보는 고통스러운 질병인데, ‘주부 엘보라는 이름이 붙여질 만큼 주부에게 노동이 있었다는 것인데, 왜 한동안 주부의 가사 노동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일까? 그 노동이 여성의 노동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테니스 엘보그리고 골프 엘보손목과 팔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질병, 이 이름이 그저 편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왜 일까? 물론 테니스와 골프를 업으로 삼는 선수도 있지만, 주로 테니스와 골프는 즐기는활동이다. 즐기는 것, 나이 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퇴화되어서 생기는 질병도 당연히 많음을 안다. 그러나 그 외에도 손목과 팔을 이용한 활동이 여러 가지였을 터인데 이름 붙여진 것은 왜 테니스골프일까?

 

또 한편으로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내가 너무 아줌마처럼 하고 갔나? 내 옷차림이 너무 추리 했나? 너무 초췌하게 하고 갔나? 등의 나에게 귀책 사유를 찾는 생각이 확 올라왔다.

 

“이런, 차별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다니! 젠장”

 

 

그러면서 스스로 주부를 초췌한 존재로 차별하고 아줌마라는 단어를 주부에 국한 시키며 차별적으로 사용하려는 나를 발견하고 순간 멈췄다.

 

그래 저녁 6시경 난 일하고 퇴근한 피곤한 아줌마다이것이 내 모습이다.

우린 존재 그대로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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