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원활동

PERFECT DAYS & Escape From Freedom

by younyung33 2025. 3. 4.

마산YMCA - 함께 보고 함께 읽기: 퍼펙트 데이즈, 자유로부터의 도피

세상에는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읽어도 다 읽을 수 없는 책과 다 볼 수 없는 영화와 영상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추천해주는 좋은 책, 좋은 영화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게 해줍니다. 회원 활동 위원회에서 결의하여 각 모임 별로 돌아가며, 좋은 책과 좋은 영화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여섯번째 추천은 YMCA 미디어사업위원회에서 맡았습니다. '미디어사업위원회'는 매달 첫째 주 화요일에 월례회를 하고 있으며 현재 회원은 총 12명입니다. 모임을 통해 미디어의 긍정적인 방향과 역할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7월에는 청소년 영상 캠프를 진행하고, 11월에는 청소년 영상축제를 개최하여 영상을 통해 청소년들의 고민과 처지에 공감하고, 방향을 찾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사업위원회'가 추천하는 영화와 책 소개드립니다.

 

1. 퍼펙트 데이즈 (감독: 빔 벤더스, 넷플릭스) / 추천: 백명기 (미디어사업위원회 위원장)

공공 화장실 청소부인 독신이자 중년 남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일본 영화입니다. 그는 반복된 일상에서 매일 정해진 루틴으로 살아갑니다. 언뜻 보면 설정이 매력적이지 않은 주인공의 반복된 일상이 무료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를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자신의 직업을 대하는 태도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자기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조심스럽지만, 나무, 흑백 필름 카메라, 카세트테이프, 오래된 팝송, 문고판 중고 책, 자판기 커피, 자전거, 코인 세탁기 등은 그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반복된 일상이 행복한 이유는 안정과 평화이고, 무료하지 않은 이유는 그 속에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변주 때문일 것입니다. 주인공도 소소한 일을 겪으며 흔들리기도 하고 행복해하기도 합니다. 저는 고독과 마주할 수 있을 때 자기 삶의 주체로 살 수 있고, 자신의 내면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주인공은 그래서 과묵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홀로 운전하며 음악이 이끄는 추억의 바다를 헤엄쳐 보거나, 잠들기 전 책 몇 페이지를 읽어보거나, 목욕탕에 몸을 담그고, 시원한 맥주 한잔에 더위를 날려보거나, 홀로 공원에 앉아 빵 한 조각 먹어보거나, 자기만족을 위해 남다르게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두 시간의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2. 자유로부터의 도피(저자: 에리히 프롬) / 추천: 백명기 (미디어사업위원회 위원장)

 

저는 공립대안학교에서 12년간 근무했습니다. 대안학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대표적인 것은 자유입니다. ‘자유라는 말은 참 편하게 들리지만, 처음 대안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무척 불안해합니다.

 

일반 학교에 간 친구들과 다르게, 자신의 결정에 자신의 삶이 오롯이 놓여있다는 사실에 당황해합니다. 그래서 누가 좀 강제로 시켜줬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사실 어른들도 자기로부터 비롯된 선택으로 자기 삶의 방향을 결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 책은 미래의 불안함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이 읽어보시면 좋은 책입니다. 특히 요즘같이 미디어 알고리즘에 의한 확정 편향이 극에 달해, 양극단으로 치닫는 현실에서 자신을 돌아보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로부터의 도피1941년에 출판된 고전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 심리학자로서 1, 2차대전이라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겪으면서, 평범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나치즘을 받아들이게 되었을까를 사회심리학으로 설명합니다. 국내에서는 2012년에 첫 출간이 되었습니다.

 

인류의 역사 과정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고 창조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사회심리학의 과제라고 프롬은 밝혔고, 비교적 덜 불안한 근대 이전의 인간과 많은 자유를 얻었지만 매우 고립되고 불안해진 근대인의 차이에 대해 분석한 결과물을 책에서 설명합니다. 인간은 외적 권위에서 벗어나 차츰 독립하는 자유를 얻지만, 또 한편으로는 점점 고립되어 결국 자신을 하찮고 무력한 존재로 느끼게 됩니다. 이때 자신의 고독을 극복하여 적극적인 자유로 나아가지 못하게 되면, 아예 자유로부터 도피하여 더 큰 권위에 복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프롬은 주장합니다

 

“중세 사회에는 많은 위험이 존재했지만, 인간은 그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다고 느꼈다. …… 근대인이 아직도 불안하다는 것이다. 불안한 인간은 온갖 부류의 독재자들에게 자신의 자유를 넘겨주거나, 스스로 기계의 작은 톱니가 되어 호의호식하지만, 자유로운 인간이 아니라 자동인형 같은 인간이 되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힌다.”

 

“중세 사회의 전통적 유대로부터 해방된 것은 독립이라는 새로운 느낌을 개인에게 주었지만, 그와 동시에 고독과 고립을 느끼게 했고, 회의와 불안으로 그를 가득 채웠으며, 결국 그를 새로운 복종과 강박적이고 비합리적 행동으로 몰아넣었다.”

 

“그의 일상적인 행동, 개인적 관계나 사회적 관계에서 얻는 자신감과 칭찬, 사업에서의 성공, 기분전환, 즐기기, 교제하기,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는 그 고독감과 무력감을 완전히 덮어서 가려버린다. 오히려 고독감, 두려움, 당혹감은 여전히 남는다.”

 

“근대 역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회의 권위는 국가의 권위로 교체되었고, 국가의 권위는 다시 양심의 권위로 교체되었으며, 오늘날에는 다시 순응의 도구인 상식과 여론이라는 익명의 권위로 교체되었다.”

 

권력에 집착한 지도자나 그를 따르는 자들도 심리적으로는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고, 프롬은 설명합니다.

 

“권력욕은 강함이 아니라 오히려 약함에 뿌리를 박고 있다. 그것은 개체적 자아가 홀로 서서 살아갈 수 없다는 표현이다.”

 

권위주의의 최정점인 나치를 탄생시킨 요인은 다양하고도 많지만, 그중 당시 나치 이념을 환영한 소상인, 장인, 화이트칼라로 이루어진 하류 중산층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들의 인생관은 아주 편협했고 낯선 사람을 의심하고 미워한 반면, 아는 사람에 대해서는 호기심과 질투심을 불태우면서 자신의 질투심을 도덕적 분노로 합리화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부모의 권위에서 벗어나서 한 인간으로 바로 서는 과정과 사회의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권위로부터 자유로워져서 한 인간으로 바로 서는 과정이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또한 개인은 나로부터 비롯된 선택을 하려 노력해야 하며, 같은 이유로 타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안전하고 건전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고 이해했습니다.

경쟁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안한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성찰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