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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운동

피해자에서 소비자 상담원으로

by 혜뚜루 2022. 12. 6.

"한갑선 전 회장, 대통령표창 수상"

 

지난 금요일, 마산YMCA에서는 정예멤버를 꾸려 서울로 향했습니다. 멀고 먼 서울로 가기 위해서 새벽같이 움직였는데요. 

어스름한 새벽부터 달려간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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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표창을 받으시는 시민중계실 자원상담원회 전 회장 한갑선 선생님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답니다. 

 

한껏 긴장해 계신 선생님과 셀카도 한 장 찍구요. 기념식을 기다렸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한국소비자원 원장,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의 인사말이 이어졌어요. 

이어서 표창의 시간이 진행되었는데요. 

 

대통령표창의 1번 순서! 마산기독교청년회 한갑선 선생님! 

기관의 대표, 회장이 아니라 상담원이 받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죠. 그래서 더 의미가 넘치는 수상이었습니다. 

 


  한갑선선생님은 2008년 JM글로벌 불법채권추심사건의 피해자로 마산YMCA 시민중계실을 방문하셨어요. 시민중계실을 통해 이의신청을 하시고 집단 소송에도 참여하신 후 부당 채권 추심에서 벗어나시게 되었어요. 

 

  피해자로 서류를 쓰고 상담을 하던 중, '나도 이런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하는 생각으로 소비자 법률대학을 이수하시고 상담원으로 활동하셨습니다. 상담활동을 중심으로 활동하시다가 피해 예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비자 강사로도 이름을 날리셨답니다. 제가 선생님과 짝을 지어 강의를 나가면, 어르신들의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하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엄청 많이 배우곤 했어요. 다른 분들도 같이 느끼셨는지 경상남도 소비자교육 강사 평가에서도 우수강사로 평가받으시곤 했답니다. 

 

  이번 수상에 가장 공이 높았던 일은 단연 '염모제 피해구제'가 아닐까 싶어요. 지난 2016년, 한갑선 회장님은 사용하시던 염모제(헤나염색제)에 얼굴이 침착되는 피해를 입으셨어요. 헤나 염모제로 얼굴이 시커멓게 변한 상황인데, 어느 정부기관에서도 염모제와 얼굴 색소 침착의 인과관계를 확인해주지 않아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셔야 했습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 레이저 시술을 받으시면서도 성분 및 제품의 하자를 인정하지 않는 제조사, 유통사들을 대상으로 싸우시면서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성분분석 의뢰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셨어요. 

 

  또한 전국 최초로 염모제 피해에 대해 실손보험 적용 사례를 만들어 내셨습니다. 보험회사의 거절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담당의사를 설득하고 해외의 피해사례를 조사하여 실손보험을 적용받으셨구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국의 헤나 염모제 피해자들을 만나 병원 진단 요청, 보험금 청구 방법 등 구체적인 실무를 지원하셨습니다. 또한 보다 근본적인 회사의 책임을 밝히기 위한 소비자 운동을 함께 병행하여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신청, 피해 당사자 합의 등을 통해 피해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사례를 만들고 전국의 염모제 피해자를 지원했습니다. 

 

  대전, 부산 지역을 가리지 않고 피해자가 있는 곳이면 달려가셔서 피해구제를 도우시는 한갑선 회장님에게 제조 유통업체는 '앞으로 제3의 피해자들에 대한 염모제 피해 상담과 법률지원을 그만두면 충분한 피해보상을 해주겠다'고 조건을 달기도 했는데요. 단칼에 거절하신 한갑선 회장님은 여전히 피해자 돕기에 나서고 계십니다. 자타공인 최고의 염모제 피해 구제 소비자 운동가, 정말 상받으실만 하시죠? 


 

 

그럼 서론이 길었던 한갑선 선생님의 인터뷰를 시작해볼까요? 

▶ 먼저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과 함께 회원들에게 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마산YMCA 자원상담원회 한갑선입니다. 

 

▶ 시민중계실 자원 상담원회 소개와 함께 어떤 계기로 활동을 시작했는지 말씀해주세요.

- 2009년에 JM글로벌 정수기 피해자로 마산YMCA에 왔다가 '이런곳이 있었구나!' 하는 감탄으로 상담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간사님이 권해주셨는데, 처음에는 아는게 없어서 많이 망설였지요. 그런데 법률대학 일정을 말해 주시면서 이걸 들으면 상담을 하실 수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 긴 기간동안 자원상담원을 활동을 하셨는데요. 활동 중 보람되었던 활동이나 순간을 꼽는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더불어 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염모제 상담을 하던 시기에 지역별로 피해자가 정말 많았습니다. 대전과 부산에는 출장을 가서 상담을 하기도 했었어요. 한 카페에 모여 앉았는데 다들 얼굴이 거뭇거뭇하니 누가봐도 염모제 피해자더라구요. 염모제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대인기피증을 겪게 되거든요. 그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와줘서 고맙다고 하는 말에 얼마나 보람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 누구보다 YMCA 활동을 열심히 하셨는데요. 활동에 대해 그리고 수상에 대해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까요?

- 남편이 정말 너무너무 좋아했어요. 남편의 내조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상담 봉사를 이어오기도 힘들었을텐데, 늘 고맙습니다. 자식들도 엄마덕에 휴가 쓴다며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또 가족같은 동기들과 성당 사람들에게도 축하문자 폭탄을 받았습니다. 

 

▶ YMCA가 어떤 존재인가요? 일명..나에게 YMCA?

- 저에게 YMCA란 공부하는 장소예요. 김태형 변호사님(현 마산YMCA 이사)이 예전에 시민중계실에서 실습을 하던 때가 있었어요. 6개월간 실습을 하는데 그 때는 진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매일 시민중계실로 출석했습니다. 변호사님이랑 상담하면서 너무 많이 배웠어요. 와이는 저한테 끊임없이 공부하는 공간이예요. 

 

▶ YMCA를 사랑한다는게 느껴지는데요. 그 동안 많은 지인분들을 YMCA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유해주셨습니다. 주로 어떤 말씀으로 함께하자고 하시나요? 이 질문의 내용으로 시민중계실 자원상담원활동을 하고 싶게 만들어주세요.

- 노후에 별볼일 없이 지내는 친구들을 많이 만납니다. 요즘은 워낙 수명이 길어져서 그 시간이 너무 젊고 아까워요. 친구들에게, 지인들에게 "같이 이런 봉사하면 우리 노후가 너무 멋지지 않겠니"하고 권합니다. 그 덕에 함께 한 여러 지인들도 있구요. 

 

▶ 앞으로도 활동도 항상 기대됩니다. YMCA를 통해 하고 싶은 활동이 있으실까요? 시민중계실이 활동을 통해서도 좋고, 제안하고 싶은 활동도 좋습니다.

- 한창 상담 봉사를 많이 하던 시기에 한국소협에서 상담원 연령제한을 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서운했습니다. 오랜시간 상담을 해왔는데, 축적된 지식이 쓸모 없어진 느낌이 들었지요. 요즘은 우리 나이를 노인이라고 하지 않고 신중년이라고 합니다. 신중년 교육, 시니어 학교 등 우리같이 청년성을 가진 신중년을 위한 교육을 와이가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요. 특히 시민대학을 아주 재미있게 참여했는데 이런 교육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와이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근현대사 산책, 역사탐험대 같은 체험형 역사 교육도 많이 하고 있는데 저희 같은 신중년을 대상으로 한 동일한 프로그램도 기대가 됩니다. 무엇보다 와이가 잘하는 교육을 더 다양하게 풀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 마산YMCA 성장을 위해서 회장님의 재능을 더한다면?

- 2009년부터 지금까지 역시, 시켜만 주시면 잘 할 수 있지요. 우리 후원의 밤 할때 찌짐도 많이 뒤집었는데, 그런 것도 다시 하면 너무 재미있게 할 거예요. 

 

▶ 마산YMCA에 대한 기대의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마산YMCA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으면 하나요?

- 처음 와이에 왔을 때 그 충격과 감동을 아직 기억합니다.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여전히 와이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고, 시민중계실도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려고 합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더 보태주시면 됩니다.

- 2009년에 피해자가 되지 않았다면 오늘의 영광이 없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제2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좌절했지만, 마치 신이 '네가 아니면 해결할 사람이 없다' 하는 마음으로 시련을 줬다 싶었어요. 가르쳐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YMCA 때문에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었어요.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꾸준한 상담봉사로 뜨게 된 눈 덕이라고 생각해요. 

- 무엇보다 그동안을 돌아보면 우리 자원상담원회 선생님들과의 시간이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요. 이제 코로나도 끝났으니 우리끼리 더 많이 놀러가고 재미있는 시간 보내면 좋겠습니다. 


 

YMCA에 대한 애정과 시민중계실에 대한 마음이 가득 느껴진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열정으로 함께하실 한갑선 선생님의 수상을 한 번 더 축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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