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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활동/생활협동운동 등대

등대수련회 하루는 너무 짧아요

by 조정림 2024. 12. 4.

작성: 정은옥(아늑한 등대/ 회원활동위원회)

 

다크투어지만 마음은 브라이트 해졌던 
비 예보가 있었지만 비는 오지 않았던
엄마 껌딱지지만 엄마를 찾지 않았던 
2024 등대 가을 수련회 & 씨앗 캠프 

 

 

11월 10일 비가 예보되었던 일요일 아침, 마산YMCA 등대 회원들과 씨앗(자녀)들이 버스에 올랐습니다. 등대 회원들은 등대수련회를, 씨앗들은 씨앗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입니다. 목적지는 여순항쟁 유적지와 순천만. 

1박 2일이 아닌 당일 캠프로 운영된 이번 등대수련회 & 씨앗캠프는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회원들과 씨앗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안겨준 캠프였는데요, 살짝 소개해 보겠습니다. 

순천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등대 회원들과 씨앗들의 자기소개가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는 씨앗들이 엄마에게 꼭 붙어 앉아 어색 어색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었는데요, 이 모습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어색한 장면이었습니다. 그 이후는 정말이지….

순천YMCA에 도착한 후 씨앗들과 헤어지는 이별식을 진행했습니다. 이때 등대 회원들은 아름다운 이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엄마와 헤어진 씨앗들은 순천문화의 거리에 위치한‘소꿉놀이’공방에 들러 접시 꾸미기 체험을 진행했고, 같은 시각 등대 촛불들은 여순항쟁에 대해 알아보는 1일 다크 투어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여순항쟁에 대한 소개는 순천YMCA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하셨던 박소정 여순10․19범국민연대 운영위원장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작으나마 시민들의 힘으로 마련된 여순 항쟁 역사관에서 사진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와 숨겨진 이야기, 아직까지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열정적으로 풀어내 주셨습니다. 

많은 등대 회원들이 처음 접하는 여순항쟁의 현장에 탄식하고 함께 아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여순 10.19 평화 공원에서 여순항쟁을 기념하는 많은 조형물들과 기념물들을 접하고 당시 군대가 지나갔던 도로와 철길에서 당시의 상황을 함께 그려보고, 여순 항쟁탑에 들러 항쟁의 피해자들과 용기있는 시민들을 위한 묵념을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 시간들을 통해 등대 촛불들은 잘 알지 못했던 여순항쟁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더더욱 우리가 기억해야 하며 시민으로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등대 촛불들의 진지하고 진정어린 태도에 박소정 위원장님께서는 여순항쟁과 관련된 많은 책들을 선물로 주시기도 했습니다. 알면 알수록 더 알아야 할 것이 많은 것이 우리네 역사인 것 같습니다. 

이후 등대 회원들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는데요, 그 식당에는 이미 씨앗들이 먼저 도착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씨앗들이 엄마를 보고 ‘안떨어지면 어쩌나’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야말로 기우였습니다. 이미 서로 친해진 씨앗들은 엄마가 오는지, 밥을 먹는지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더군요. 

이후 씨앗들은 순천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기적의 놀이터로 향했고, 등대 촛불들은 순천YMCA 노플라스틱 카페에서 여순항쟁을 돌아보고 ‘나에게 등대란?’ 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공통적으로 등대 촛불들이 등대 조직에 대한 느낌은 ‘에너지’와 ‘공감’, ‘편안함’ 이런 단어들이었습니다. 물론 등대 조직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발언도 있었습니다. 

오늘 등대 수련회 일정을 지원해주신 순천YMCA 김석 사무총장님은 지난 시절 순천YMCA의 시민조직을 보는 것 같은 향수를 느꼈다고 합니다. 마산YMCA는 순천YMCA의 노플라스틱 카페와 친환경 사업들을 부러워하고 순천YMCA는 마산YMCA의 조직력을 추켜세워주는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지역은 다르지만 같은 YMCA 회원으로서 서로의 건승을 진심으로 빌어주었습니다.

 


수련회의 마지막 코스는 순천만국가정원이었는데요, 가을을 맞아 갈대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갈대가 늘어선 데크길을 지나 전망대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포토스팟에서 즐겁고 유쾌한 사진을 찍기도 하는 등 각자에게 맞는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순천만에서 아름답고 충만한 시간을 보낸 등대 촛불들과 씨앗들은 저녁식사를 하고 마산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는데요, 갈 때는 엄마와 함께 앉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아이들끼리 모둠을 이뤄 꺄르르꺄르르 웃으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마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년에는 1박 2일로 해요!”, “아니 2박 3일!!”, “다음에도 씨앗캠프 꼭 올거예요, 예약해 주세요!!”라고 하는 아이들의 말에서, 또 “이번 수련회 오길 잘했어요.”, “힐링이었어요.”라는 등대 촛불들의 말에서 이번 수련회가 얼마나 즐거운 기운으로 가득 찼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 당신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네, 바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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