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절여진 배추가 하룻밤 사이에 물이 잘 빠졌다.
다온 앞마당에는 천막이 쳐지고 김장김치 나눔행사 현수막이 걸린다.
테이블 위에는 아직은 뽀얀 배추가 켜켜이 쌓여간다.
청소년들에게는 이른 토요일 아침, 하나 둘 마음을 담기 위해 모였다.
모자까지 단단히 쓰고 뽀얀 배춧잎에 색을 더한다.
힘든 내색 한번 없이 김치를 담는 모습이 대견하다.
배춧잎이 어느새 빨간 옷으로 갈아 입는다.
김장을 담글수록 청소년들의 마음이 담긴다.
오래전에는 집집마다 김장을 했지만 요즘은 사먹는 것이 더 흔해졌다.
김장을 보며 자라던 그 때의 마음을 청소년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
김치를 만들면서 한 번, 다 만든 김치를 어르신들에게 나누어 주며 한 번,
아무렇지 않게 먹는 김치 한조각에 누군가의 정성이 담겼음을 배웠으면 했다.
집에 돌아가 가족들에게 그 날 겪었던 수고에 대해 웃으며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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