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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YMCA 창립 80주년
시민운동

누가 대한민국 숲을 죽이는가

by 조정림 2026. 7. 8.

마산YMCA 제32회 시민논단, 숲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다

"우리의 숲을 누가 이렇게 풍성하게 만들었을까? 바로 연탄이다."
강연이 시작되자마자 던져진 이 한 문장은 참석자들의 고정관념을 단번에 흔들어 놓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대한민국의 푸른 숲을 이야기할 때 박정희 정부의 대규모 조림사업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날 시민논단은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믿어왔던 산림녹화의 역사부터 다시 질문하는 시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7월 7일 저녁,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가 주관한 제32회 시민논단이 마산YMCA 청년관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시민논단은 기후재난연구소 소장인 최병성 목사님을 초청해 「누가 대한민국 숲을 죽이는가 – 산불·산사태, 산림재난과 기후재앙을 초래하는 산림정책,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32회째 이어지고 있는 시민논단은 지역사회의 중요한 현안을 시민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마산YMCA의 대표적인 공론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번 강연은 단순히 산불의 원인을 이야기하거나 숲을 보호하자는 수준의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산림정책의 역사와 현재를 방대한 자료와 현장 조사, 항공사진, 정부 문서를 바탕으로 분석하며, 지금의 산림정책이 과연 기후위기 시대에도 여전히 옳은 방향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한민국 숲을 살린 것은 조림보다 '연료 혁명'이었다

최병성 목사님은 먼저 대한민국 산림녹화의 역사를 되짚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의 숲을 대규모 조림사업의 성과로 기억하지만, 실제 숲을 살린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1958년 연탄 보급 정책이었다는 점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철도가 연결된 도시에는 장작 반입을 금지하고, 대신 무연탄을 적극 보급하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상공부는 연탄 생산업체를 지원했고, 각 부처가 협력하여 전국적으로 연탄 보급을 확대했습니다. 이는 국민들의 취사와 난방 연료가 장작에서 연탄으로 바뀌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산에서 땔감을 구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했던 현실도 함께 달라졌습니다.

최병성 목사님 "숲을 살린 것은 단순히 나무를 심은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을 바꾼 에너지 정책이었다"고 설명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산림녹화의 역사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말 조림에 성공한 나라일까?

강연은 여기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 산림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조림 정책을 분석했습니다. 정부는 해방 이후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규모로 조림사업을 추진했다고 발표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병성 목사님은 정부 통계와 위성자료, 국토지리정보원 자료 등을 비교하며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산림청은 현재 인공림 비율을 약 36% 수준으로 설명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의 분석 자료에서는 약 15.5% 수준으로 나타난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거짓말임이 확인했다고 합니다. 또한 실제 현장을 조사해 보면 이미 사라진 조림지를 과거 조림대장을 기준으로 인공림으로 기록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그는 수십 곳의 벌목 현장을 직접 찾아가 촬영한 항공사진과 현장 사진을 비교하며, 행정자료와 실제 숲의 모습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숲은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베어지고 있었다

참석자들이 가장 놀라워했던 부분은 과거 항공사진을 통한 설명이었습니다. 우리는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많은 조림사업은 기존의 활엽수림을 벌목한 뒤 경제성이 높은 특정 수종을 다시 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최병성 목사님은 카카오 항공사진과 국토지리정보원의 과거 항공사진을 비교하며 196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벌목과 조림이 반복되어 왔음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새롭게 심은 나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원래 숲에 있던 활엽수의 맹아가 다시 자라나면서 숲 전체가 건강성을 잃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를 두고 "숲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돈을 들여 숲을 망가뜨리는 결과가 반복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왜 같은 나무만 계속 심을까

강연 후반부는 기후위기와 산림정책을 연결하는 내용으로 이어졌습니다. 최병성 목사님은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심어온 낙엽송, 자작나무, 편백나무, 잣나무 등이 대부분 원래 우리 기후에 적합하지 않은 수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낙엽송과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수종으로,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육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실제로 전국 곳곳에서 고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최근 남부지방에 집중적으로 심어지고 있는 편백숲 역시 대형 산불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으며, 일본에서는 삼나무와 편백 꽃가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막대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해외 사례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그는 산림정책이 여전히 목재 생산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기후위기 시대에는 생물다양성과 자연천이를 존중하는 숲 관리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질문이 이어진 시민논단

두 시간이 넘는 강연이 끝난 뒤에도 시민들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산불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방식은 현재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숲가꾸기 사업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최병성 목사님은 질문에 답하며 산림 문제를 단순히 나무를 심고 베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산림 철학과 정책 방향의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현재 산림청이 농림축산식품부 소속으로 운영되면서 목재 생산과 경제림 중심의 정책이 우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적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숲은 더 이상 목재 생산을 위한 자원이 아니라 탄소를 저장하고 생물다양성을 지키며 기후재난을 완화하는 생태계인 만큼, 숲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산림을 경제적 가치보다 생태적 가치로 바라보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며, 산림청이 환경부와 같은 환경 중심의 행정체계에서 관리된다면 숲을 대하는 철학과 정책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숲을 '생산의 대상'이 아닌 '생명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참석자들 역시 "숲을 단순히 얼마나 많이 심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숲을 만들고 후손들에게 남길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강연자의 문제 제기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산림정책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산림정책을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시민이 함께 고민해야 할 숲의 미래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대형 산불과 집중호우, 산사태는 이제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번 시민논단은 이러한 재난을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져 온 산림정책과 숲 관리 방식을 함께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32회째 이어지고 있는 마산YMCA 시민논단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현안을 시민들과 함께 배우고 토론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공론장입니다. 이번 시민논단 역시 숲을 단순히 보호해야 할 자연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동의 자산으로 바라보게 한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최병성 목사님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숲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숲은 얼마나 많이 심었는가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또한 "목재를 생산하기 위한 숲이 아니라 생명을 품는 숲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이번 시민논단은 우리 모두에게 '숲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가'보다 '어떤 숲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것인가'라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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